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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오상욱의 멘토' 펜싱어벤저스 맏형 김정환"노장들의 희망이 되겠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22 17:11

수정 2021-07-23 07:31

'오상욱의 멘토' 펜싱어벤저스 맏형 김정환"노장들의 희망이 되겠다"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



'남자 펜싱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25·성남시청)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이렇게 즉답했다. 선수생활에 가장 도움이 됐던 멘토로도 거침없이 "김정환 선수"를 외쳤다. "2015~2016시즌 국제대회 단체전 경기가 생각 난다. 매번 내 실수로 단체전 성적이 좋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 김정환 선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도쿄올림픽 도전을 앞둔 '맏형'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세계랭킹 15위)에게 '막내' 오상욱의 '무한존경' 인터뷰를 전했더니 "누가 시킨 줄 알겠다"며 하하 웃는다.

자타공인 '펜싱 어벤저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김정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8년 중국 우시세계선수권 2관왕,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줄줄이 휩쓴 그랜드슬래머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승패와 무관하게 상대를 존중하는 반듯한 매너로 '펜싱신사'라는 별명으로 회자돼 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선 불리한 심판 판정에 굴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로 현지 관중의 일방적 응원속에 남자 사브르 개인전 유일의 동메달을 획득했고, 체육인 최고의 영예 청룡장을 받았다.

김정환은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세계랭킹 9위), 오상욱, 김준호(화성시청·세계랭킹 20위) 등 '어벤저스' 후배들과 함께 뛰는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지난해 은퇴 결심을 되돌렸다. 신혼의 단꿈도 뒤로 한 채 지난 1년간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다.

김정환은 "태릉선수촌 시절인 2015년, 19세 상욱이가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룸메이트로 만났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어렸는데, 굉장히 영혼이 맑았다(웃음). 펜싱 욕심도 많고 펜싱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선후배끼리 기술을 많이 공유하던 때가 아니었는데 나는 상욱이의 그런 열정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첫 시즌, 상욱이가 마지막 주자로 들어가 역전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선배로서 진심을 다했다. 기술이 될 때까지 연습도 시키고 모든 것을 공유했다"고 돌아봤다. "내가 잠시 은퇴했을 때도 상욱이 경기를 모니터링했다. 대표팀 6년차에 세계 1위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함께 뛰는 것처럼 뿌듯했다"고 털어놨다.

13년차 조카뻘 후배의 폭풍성장은 베테랑 김정환의 소위 '실력 역주행'에도 큰 힘이 됐다. "상욱이와 같이 훈련하면서 정말 큰 자극을 받았다. 이런 피지컬과 기술을 가진 세계적인 선수와 훈련하는 행운을 어디서 누리겠나. 스파링 파트너가 워낙 좋다 보니 '역주행'으로 실력이 느는 느낌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선수촌에 나이란 없다. 똑같은 선수다. 오히려 이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다. 내가 가진 노하우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우리 사브르 대표팀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정환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우리팀은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10개 국제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우승했다"며 '펜싱코리아'의 자신감을 표했다. "올림픽 메달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 세계랭킹 1위라도 올림픽 메달이 없는 선수가 많다. 압박감이 다르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맏형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김정환은 지난해 품절남이 됐다. "아내가 내게 '사이버 남편'이라고 한다. 신혼 생활이 1년 연기됐다"며 웃었다. "아내는 내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왕년에 펜싱 좀 했던 선수로 알고 있다. 잠옷 입고 TV보는 모습만 봐서 선수란 게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아내와 장인, 장모님께 내 '본캐(본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38세 베테랑으로서의 각오도 남다르다. "중고 동창, 선배 형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 '네가 아직도 올림픽을 뛴다는 게 자랑스럽다. 마음이 웅장하다. 노장은 살아있다는 걸 보여달라'고들 한다. 엄청난 용기가 생긴다. 대한민국 노장들에게 희망이 되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4일 개인전에서 대한민국 펜싱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28일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김정환은 '원팀' 후배들에게 필승의 메시지를 전했다. "열심히 훈련한 만큼 무조건 잘된다는 믿음으로 기선을 제압하자. 맏형으로서 하얗게 불태운다는 생각으로 뛰겠다. 나는 너희를 믿고, 너희는 형을 믿고, 우리가 하나로 뭉치면 금메달, 확실히 딸 수 있다고 믿는다. 틀림없이 이 순간을 행복하게 추억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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