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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눈물 쏟아낸 '힘숨찐' 황봉주, "딱 한 잔만 마시고, 연습 해야죠."

이원만 기자

입력 2021-07-18 18:25

 눈물 쏟아낸 '힘숨찐' 황봉주, "딱 한 잔만 마시고, 연습 해야죠."
황봉주(오른쪽)가 1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에게 패해 준우승을 거뒀다. 결승전에서 샷 실패후 아쉬워하는 황봉주. 사진제공=파이브앤식스

[원주=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 잔은 마셔야겠어요. 딱 한 잔만."



18일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막을 내린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인터불고 WGP)'의 우승은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야스퍼스는 8강 풀리그에서 승점 1위를 차지하며 결승에 직행했고,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결승에 올라온 황봉주(38·경남)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하며 상금 1억원의 주인이 됐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18일간 열린 이번 대회에서 야스퍼스 만큼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주역'이 있었다. 바로 '실핀맨' 황봉주였다. 대회 전까지 세계 대회 출전경험이 없는 철저한 무명선수였던 황봉주는 국내 선발전을 거쳐 이번 대회에 출전해 국내외 톱랭커를 연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까지 올랐다.

가르마를 탄 단발 헤어 스타일에, 앞머리를 실핀으로 고정하고, 동그란 테 안경을 쓴 독특한 캐릭터로 '힘숨찐(힘을 숨긴 찐주인공)'의 드라마를 쓴 황봉주는 그러나 마지막 순간 눈물을 쏟았다. 생애 첫 국제대회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를 만난 탓인지 실수를 거듭한 끝에 제대로 힘조차 쓰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친 것. 야스퍼스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황봉주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 그런 그를 우승자 야스퍼스와 다른 선수들이 모두 나와 위로해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황봉주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운이 많이 따랐던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잘 치는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이제 집(김해)에 내려가면 한잔만 딱 먹고 바로 연습을 할 것이다. 한잔은 꼭 해야 할 것 같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야스퍼스는 황봉주의 '우상'같은 선수다. 그런 그를 결승에서 상대한 소감에 대해 황봉주는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결승전 시작하고 나니 긴장이 됐다. 상대방 때문인지 결승전이라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8강전에서 야스퍼스가 나에게 한번 졌는데, 그래서 인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면서 공을 치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공 배치도 어렵고 하니 팔이 굳더라. 1, 2세트가 그렇게 지나가고 3세트가 되니까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생애 첫 국제대회 결승은 황봉주를 얼어붙게 했다. 그는 "따로 전략을 세우지는 않았고, 실력이 좋은 상대이기 때문에 뭔가 하려고 하는 것보다 씩씩하게 쳐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안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황봉주는 "힘든 경기였지만, 최선을 다 했다.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실력 자체를 더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멘탈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본다"며 더 발전된 모습을 기약했다.

원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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