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야놀자는 왜 '공간'에 주목했나…야놀자 C&D '크리에이터스 쇼룸'

조민정 기자

입력 2021-08-25 12:42

수정 2021-08-27 07:44

more
야놀자는 왜 '공간'에 주목했나…야놀자 C&D '크리에이터스 쇼룸'
크리에이터스 쇼룸 외관. 사진제공=야놀자C&D1

한적하고 조용하던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에 인파로 북적이는 공간이 생겨났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형광 빛 손잡이부터 눈에 띄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빙 로봇이 맞이해 준다.



이곳은 바로 야놀자 C&D의 '크리에이터스 쇼룸'이다. 지하부터 2층까지 이어진 넓디 넓은 쇼룸 공간에는 국내 유명 디자이너 및 브랜드의 가구, 조명, 가전제품, 건축, 자재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코로나19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반면, 관련 업계는 오히려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 지난해 11월 오픈한 크리에이터스 쇼룸은 가구 배치나 아이템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 숙박업체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인 야놀자가 왜 오프라인 공간에 주목하게 됐을까? 이들이 정의하는 공간은 어떤 곳이며 MZ세대는 무슨 이유로 야놀자가 마련한 공간에 열광할까? 임대선 야놀자 C&D 크리에이터스 본부장을 만나 크리에이터스 쇼룸 이야기와 이들이 MZ세대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놀자 C&D, 대세인 온라인 흐름 속 왜 오프라인 공간에 주목하나?

중소형 호텔, '모텔'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야놀자는 자신들과 계약한 곳들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011년 야놀자 C&D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 2019년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크리에이터스 호텔'을 선보였다.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휴식'의 의미를 접목시킨 10개의 콘셉트 룸으로 꾸며진 호텔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의 공간 디자인에 대한 니즈를 알게 된 야놀자 C&D는 호텔을 넘어 일상 속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공간을 새롭게 제안하기 위한 공간 기획을 시작했고 2020년 11월 '크리에이터스 쇼룸'을 오픈하게 됐다.

여기에는 이수진 야놀자 대표의 사업 지향점이 담겨 있기도 하다. 지난 2018년 이 대표는 야놀자를 '글로벌 여가(레스트, R.E.S.T.)'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이는 '휴식(Refresh)·놀이(Entertain)·숙박(Stay)·여행(Travel)'의 약자다. 여행상품이나 숙박 예약을 넘어 호텔 룸 서비스 주문이나 체크인·아웃 등 여가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야놀자 앱 하나로 해결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여가활동을 위한 다양한 공간의 모습을 제안하는 크리에이터스 쇼룸은 업계 내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다. 가구부터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공간 디자인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일대일 상담을 통한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은 '호텔' 콘셉트에 맞게 각 브랜드별 전시공간으로 실제 객실 평균 크기인 7평으로 제작됐다. 각 공간은 야놀자 C&D 내 크리에이터스 팀이 최신 여가·공간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아이템들로 꾸며지며 쇼룸 공간은 비정기적 주기로 교체된다.

현재 크리에이터스 쇼룸에 참여중인 파트너는 LG전자를 비롯해 일상생활의 디자인화를 모토로 생활 용품들을 판매하는 리빙 숍 '엔엔엔(NNN)', 한국 전통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태오양 스튜디오' 등 23개다. 태오양 스튜디오를 이끄는 양태오는 최근 MZ세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공간 디자이너로, 최근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카페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지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야놀자의 브랜드 호텔 '브라운도트' 공간에서는 멋스러운 LG전자의 가전들이 이질감 없이 배치됐다.

크리에이터스 쇼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들에게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공간 자체를 판매하는 '공간 모듈화'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모듈화를 통해 크리에이터스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은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특정 공간을 각자가 원하는 여러 공간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야놀자 C&D가 전개하는 공간비즈니스와 크리에이터스 쇼룸은 단순히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야놀자는 크리에이터스 쇼룸의 성장을 발판 삼아 보다 많은 고객과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가 생활의 시작과 끝에 야놀자가 존재하고, '편안한 휴식', '즐거운 액티비티'를 생각할 때 자연스레 야놀자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임대선 본부장은 설명했다.

한편 야놀자의 크리에이터스 쇼룸은 떠오르는 미래 소비 주체인 M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던 일반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야놀자와 손잡고 논현동 WM금융센터 챔피언스라운지에 '크리에이터스 뮤지엄'을 오픈했다.

크리에이터스 뮤지엄은 시즌별 새로운 콘셉트에 맞춰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문 컨설턴트의 공간별 아트 컨설팅부터 도슨트 투어, 미술품 전시회, 예술 세미나, 워크샵 등 문화 행사를 함께 진행한 것.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WM금융센터를 오픈하면서 1층 전시 공간을 마련했는데, 인근에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던 크리에이터스 쇼룸을 알게 됐고 자사 전시공간 기획 협업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8월 야놀자와의 파트너십이 종료되지만, 향후 고객들의 위한 다양한 전시들을 기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C&D가 바라보는 공간, 공간을 소비하는 MZ세대만의 방식은?

임대선 본부장은 공간을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정신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과 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면서 머나 먼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가까운 곳의 익숙함을 재발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보고, '로컬'과 '지역'의 중요성이 대두됐다고 했다.

때문에 주거 공간에 대한 선호도나 취향이 생겨나고, 특정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야놀자 C&D는 앞으로의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SNS와 함께 살아가는 MZ세대가 인증 샷 등 공간에 대한 경험을 기록하도록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가 안겨준 '로컬 가치의 재발견'이란 메시지와 더불어 이를 통한 새로운 시선이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