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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홈술 확산 속 MZ세대의 '픽'으로 떠오른 하이볼…"소주 업계 긴장해야"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7-29 07:13

수정 2021-07-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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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홈술 확산 속 MZ세대의 '픽'으로 떠오른 하이볼…"소주 업계…
◇위스키 하이볼 조니레몬. 사진제공=디아지오코리아

'하이볼 열풍'이 주류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하이볼은 위스키 또는 브랜디에 탄산수 등을 섞고, 얼음을 넣은 음료를 말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저녁 회식 등 술자리에서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던 주류 소비 패턴이 소수끼리 마시는 문화로 바뀌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화되면서, '혼술족'과 '홈술족'이 완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있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주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흐름 속에 하이볼을 찾는 소비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분위기와 고급스러운 맛을 중요시함에 따라 위스키 구매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높아진 하이볼의 인기에 위스키 업체들 역시 분주해지고 있다. 이들은 친숙한 이미지를 위해 소비자와의 소통의 장을 만드는 등 접점 확대 및 입맛에 맞춘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MZ세대가 주류 소비 문화도 바꿨다…'맛있게 먹고 고급스럽게 마시자'

하이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하이볼은 그간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에서 주로 판매하는 술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남영돈·금돼지식당 등 유명 맛집을 비롯해 일반 음식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하이볼 1잔의 가격은 대략 5000원부터 8000원으로 다양하다. 소주나 맥주보다 약 1000~4000원 가량 비싸지만, '맛있는 고기 먹으면서 술도 깔끔하게 한 잔'을 외치는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하이볼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탄산수를 섞어 마시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평범함은 거부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과도 일치하면서 젊은 층의 '픽(Pick)'으로 떠오르고 있다.

쏘맥(소주+맥주)의 경우 혼합 비율이 달라질 뿐이라면, 하이볼은 다양한 레시피로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위스키 브랜드들의 공식 SNS 계정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다. 2030은 이를 참고한 뒤,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다. 이는 남과 차별화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문화와도 통한다. 새로운 음용법을 찾는 재미를 느끼면서 하이볼의 진정한 맛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또한 높은 도수의 술이나 쓴맛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맥주는 배부르고, 소주와 양주는 너무 독하다'는 이유로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하이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서 2017년에도 한 차례 하이볼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홈술, 혼술 트렌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위스키 하이볼을 찾는 소비자들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깃집에 가보면 여전히 소주를 찾는 손님이 많지만,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하이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있어 소주 제조사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볼 시장은 성장세"…소비자 접점 확대 및 특화 제품으로 주류 시장 정조준

하이볼 수요가 늘자 국내에서 대표적인 위스키 브랜드들은 일제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전략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전개하는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SNS 등에서 집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조니워커는 아시아 앰배서더로 MZ세대에게 친숙한 가수 씨엘(CL)을 앞세우며 'KEEP WALKING'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견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CL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처한 배경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극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와 다양한 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여해왔으며, 지난해에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한 랜선 파티를 통해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골든블루는 일명 'K-하이볼'로 다양해지고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하이볼은 토닉 베이스로 단맛이 강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골든블루는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춘 골든블루 더블샷 하이볼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골든블루 더블샷 하이볼은 100%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베이스로 한다. 스코틀랜드산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고 즐겨 마시는 위스키 중 하나로, 언필터드(unfiltered) 형식으로 제작해 위스키 본연의 풍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 설명이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으나 국내 하이볼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건 맞다"면서 "집에서도 하이볼을 찾는 수요가 나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향후 가정용 위스키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개개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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