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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터스의 어깨건강 톡] 오십견, 꼭 수술해야 할까?

장종호 기자

입력 2021-07-14 14:16

수정 2021-07-22 08:23

 오십견, 꼭 수술해야 할까?
창원힘찬병원 이상훈 병원장(왼쪽)과 부산힘찬병원 이희진 원장.

어릴 적 몸이 유독 약해 어머니 등에 업혀 병원을 다닌 적이 많았다. 그날도 나를 업고 병원에 도착해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어머니는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결국 어머니는 응급실로 가셨고, 어린 나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진료실에서 어깨 환자를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흔히 오십견이라 불리는 어깨관절의 유착성 관절낭염이었던 것 같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중년 어깨통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오십견 증상이다. 그만큼 오십견은 흔한 어깨 질환이다.

오십견은 어깨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관절낭이 퇴행성 변화나 지나친 사용 등으로 인해 주변 관절 조직과 유착되면서 움직임이 힘들어 어깨관절의 운동이 제한되는 병이다. 심해지면 점점 더 어깨가 굳어지고 통증이 심해져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심지어 어깨를 움직이지 않는 데도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어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오십견을 처음 진단받으면 우선 보존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소염제, 근이완제 등의 약물치료를 하면서 체외충격파, 도수 물리치료 등을 꾸준히 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안 되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오십견 환자분이 있다. 어깨가 아픈 지는 2년 정도 되었고 한의원에서 침 치료와 보존적인 치료를 했지만 통증이 계속 돼 내원했던 분이다. MRI 검사를 해보니 만성적이고 심한 오십견으로 진단되어 수술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을 사흘 앞두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어깨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 만세자세를 한 채 쭉 미끄러졌다. 오십견은 어깨가 굳은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아파서 만세자세는 엄두도 못 낸다. 다행히 다른 데는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했는데 환자는 신기한 듯 말했다.

"넘어질 때 어깨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그때는 심하게 아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통증이 줄더니 지금은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만세운동도 잘되고 그 동안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웠던 어깨도 많이 편해졌어요."

환자에게 어깨 움직임이 좋아지고 통증도 호전이 있으니 일단 수술보다는 보존적인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그 후 지금껏 오십견이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이 환자의 예는 조금 특별한 경우이긴 하다. 하지만 오십견이라는 병의 특성과 발병 원인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에 응급실에 갔지만 수술하지 않고 저절로 좋아진 것처럼 결국 오십견은 어깨의 관절제한에 따른 유착이 원인이기에 평소에 규칙적인 어깨운동과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은 물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낫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도 안 된다. 환자에 따라 자칫 시기를 놓치면 수술하기도 어렵고, 설령 수술을 하더라도 재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깨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어깨가 불편하고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수반된 경우에는 참지 말고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수술방법이 발달해 비교적 간단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어깨에 약 5㎜ 가량의 작은 구멍을 3개 정도 뚫어서 카메라와 미세수술기구를 넣고 유착된 관절낭 주위를 잘라내고 주변의 염증조직을 정리하는 관절내시경 수술을 많이 한다. 수술한 다음날 바로 팔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질 정도로 효과가 좋아 수술 만족도가 높다.

수술이 잘됐다고 끝은 아니다. 수술 후 1~2주간은 그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늘려주기 위해 재활운동을 해야 하고, 이후에도 어깨 스트레칭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이마 주름이나 흰머리 때문에 피부관리나 염색을 하는 것처럼 어깨관절 역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어깨가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도움말=창원힘찬병원 이상훈 병원장·부산힘찬병원 이희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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