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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공장 사망사고 발생' 한일시멘트, 관리·감독 충실히 이행했나…강도 높은 처벌 예고에 맴도는 '긴장감'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7-21 07:26

수정 2021-07-22 07:41

최근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찰 등의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관리·감독 미흡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공주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끼임' 사고로 판단,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조사 결과 감독 부주의 등으로 인한 한일시멘트 측의 고의나 중과실이 드러날 경우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해 지난 3월 전근식 한일시멘트 대표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언이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한일시멘트 공주공장 사고 관련 고의성·과실여부 집중 조사 중

지난 10일 오후 2시 50분쯤 충남 공주시 의당면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A씨가 컨베이어 리프트에 머리가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를 운반하는 리프트에 문제가 생겨 작동이 멈추자 이를 살펴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머리 위로 무게 2t의 추가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작업 현장에선 A씨를 포함해 3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에 대해 노동부는 기계수리, 정비 등 비정형 작업 중 발생한 전형적인 끼임 사고로 보고 있다. 비정형 작업으로 발생하는 끼임 사고는 제조업의 주요 사망사고 유형으로 꼽힌다. 지난해 제조업 산재 사망 201명 가운데 끼임사고는 60명(29.9%)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4년간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는 272건으로 54%(146건)가 공장 가동중지 후 비정형 작업 중 발생했다. 이는 기계 가동을 멈추는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기본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만 갖춰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안전 관리자 등이 끼임 사고 위험 방지를 위한 지도 및 조언을 했는지와 사업주는 이를 이행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조사가 끝나야 알겠지만 경우에 따라 벌금형을 넘어선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현재 사고원인과 경위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공장가동은 중단됐다. 공장에서는 조사와 관련하여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돼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하며, 향후 안전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강화된 재발방지 대책 이행하지 않으면 더 큰 화 불러올 수도

'공주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계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12일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언급하며 "똑같은 사고가 자꾸만 반복되고 있다. 동시작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꾸짖었다. 유 전 의원은 "현장에서 동시에 작업이 이루어지니까 위험한 상황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이를 금지시켜 산업 현장의 인명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2018년 7월 한일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된 시멘트 제조업체다. 현재 허기수 사장과 전근식 부사장의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기수 대표는 허정섭 한일홀딩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한일시멘트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606억, 영업이익은 152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9743억원, 영업이익은 1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 125.3%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지주사인 한일홀딩스를 필두로 속도를 내오던 ESG 경영이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한일시멘트의 최대주주인 한일홀딩스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일시멘트 등 주력 계열사를 앞세워 ESG 경영 본격화에 나섰다.

당시 한일시멘트는 'ESG 경영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ESG 경영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경영원칙과 방침, 실천과제 등을 수립하고 기존 경영활동도 ESG 프레임에 맞춰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ESG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전근식 대표가 맡았다. 전 대표가 "사업군별 협업 방안 모색과 전략적 대응을 통해 ESG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한 만큼 공주공장 사망사고가 사업주의 부주의로 인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더 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처벌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조업 등 관련 업계에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최근 노동부는 중대재해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시켰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중대재해 예방 및 감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노동부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7월 셋째 주부터 격주로 '현장점검의 날'을 지정해 산업안전보건감독관 등 1800명을 투입하고 전국 사업장을 일제히 점검할 예정이다.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을 경시하는 직업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안전보건감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매월 2시간 근로자 안전교육 및 교대자 변경 시 설비점검을 실시하는 등 사고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지난 19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 설비 점검 및 보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고 수습을 우선으로 하고, 향후 안전교육 및 안전설비 보완 등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기존보다 강화된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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