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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명품은 '호황'…명품 선호에 배짱 가격 인상 등 논란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4-13 12:11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고가의 유명 브랜드는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여행 자금을 명품에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사이에서 명품이 유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의 유명 고가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조467억원으로 전년(7846억원)보다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19억원으로 176.7%, 순이익은 703억원으로 284.6% 급증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실적이 공개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유한회사여서 그동안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생기면서 명품 브랜드의 실적이 공개됐다.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액은 2011년 4973억원과 비교하면 9년 만에 2배로 뛰었다.

또다른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한국 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의 2.4배인 10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285억원으로 75.8%, 순이익은 777억원으로 253.4% 뛰었다.

에르메스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최근 지난해 매출액은 4191억원으로, 2019년(3618억원)과 비교해 15.8%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334억원으로, 1년새 15.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986억원이다.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를 운영하는 몽클레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7억원, 순이익은 23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7.4%, 5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품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고가 정책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명품 구매로 이어진 '보복 소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해외여행 대신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출도 같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MZ세대가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도 실적 증대에 큰 이유가 됐다. MZ세대는 국내외 패션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 명품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MZ세대 사이에서는 명품 의류나 잡화를 사서 소장용으로 갖고 있거나, 한 두번 사용 후 중고 시장에 팔아 여기에 다시 돈을 보태 새로운 명품을 구입하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 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 구매 비중은 각각 10.9%와 39.8%로 집계됐다. 20·30대 매출 비중이 50.7%로 절반을 넘어선 것. 2018년과 2019년에는 20·30대 비중이 모두 49.3%였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이 2018년 38.1%, 2019년 41%, 지난해 46%로 매년 커졌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2030세대의 명품 구매가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처음으로 전체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큰손' 2030세대 유치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2030세대 전용 VIP 멤버십 제도인 '클럽 YP'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8월께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클럽 YP 회원 전용 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 리모델링을 하면서 MZ세대가 선호하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특화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하이주얼리·워치존'에 있는 명품 시계 브랜드의 일부 매장을 남성 의류매장 층으로 옮겨 MZ세대의 구매 접근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선호가 커질수록 명품 브랜드들은 '배짱 영업'에 나서고 있다.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

루이비통은 올해에만 4차례나 제품 가격을 올렸다. 주요 인기제품 가격을 최저 5%에서 최고 12%가 넘게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거의 매 분기 가격을 인상했던 만큼 올해에도 루이비통의 가격인상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피아제는 최근 시계·보석 등의 제품 가격을 최고 10% 인상했다. 지난해 9월 가격 인상 이후 약 7개월 만에 또 다시 가격을 올린 것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셀린느도 4개월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셀린느는 지난 5일부터 일부 상품 가격을 2~6% 가량 올려받고 있다.

분기마다 1~2회 가격을 조정하는 샤넬은 다음달 가격을 추가로 올릴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백화점 개장 전부터 매장에 고객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기부에는 소극적이란 점도 문제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본사에 500억원을 배당하면서 기부는 단 한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에는 2억1100만원을 기부했는데 약 10년 간 매출규모가 2배 늘어나는 동안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에르메스코리아 역시 한국 실적이 대폭 개선돼 본사 배당금을 860억원으로 5% 증액한 반면 기부금은 2억506억원에서 3억529만원으로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계의 호조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런만큼 기부 등 사회적 책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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