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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고아 1059명 구출한 美대령 기린다

2009-11-29 08:08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 남아있던 고아 1059명을 제주도로 피신시켜 한국판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고(故) 러셀 브레이즈델 대령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진다.

 동상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충현원 마당에 실물크기(190cm)로 건립되며, 제막식은 다음달 17일 당시 생명을 건진 고아들 대표와 제주도에서 다시 해외로 입양된 한인, 주한 미 대사와 공군, 보훈처, 광주광역시, 광주 남구청 등의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충현원 유혜량 목사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서 "동상 건립 의미는, 아이들을 태어나게 한 부모도, 사회도, 정부도 모두 피난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미 공군 군목인 러셀 브레이즈델 대령이 전쟁터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10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는 사건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생명존중이라는 실천적 행동을 새기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동상은 브레이즈델 대령이 한 아이를 안고, 그 옆에 나이 많은 아이를 세운 형상"이라며 "충현원을 바라보는 모양으로 세워진다"고 덧붙였다. 동상이 충현원에 건립되는 것은 고인과 유족의 뜻이다. 충현원은 전쟁 속에서 버려진 젖먹이들 45명을 모아 돌보아 온 곳으로, 당시 건물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 지난 2007년 97세의 나이로 소천할 때까지 목사로 활동한 브레이즈델 대령은 1950년 7월 한국에 파병돼 있던 미 제5공군 사령부에 군목으로 배속되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버려진 고아들을 보살펴오다 11월 중공군 개입으로 전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1059명의 고아를 피신시키기 위해 애쓰다 기적처럼 만난 미 공군 화물수송기 편으로 아이들을 제주도로 피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브레이즈델 대령의 업적은 지금까지 '딘 헤스 대령'의 공로로 잘못 알려져 전해졌다. 그는 제주도에서 파일럿을 양성하고, 서울에서 제주도로 수송된 아이들을 인수해 제주농고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유 목사는 "1950년 12월 20일 C-54 16대의 미 공군 수송기편으로, 김포공항에서 제주도까지 고아를 옮긴 주인공은 딘 헤스 대령이 아닌 군목 브레이즈델 대령"이라며 "작전명 '더 키디 카 에어리프트'의 지휘는 물론 이 사건을 영화화한 '전송가'의 주인공은 브레이즈델 대령"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코언 당시 미 국방장관과 헨리 셀턴 미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는 전쟁고아 구출작전에 대한 감사편지를 브레이즈델 군목에게 보냈었다.

 유 목사는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 국민은 브레이즈델 대령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다"며 "많은 소중한 생명을 구한 브레이즈델 대령의 동상은 마땅히 현충시설로 지정돼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후 고아들의 보금자리였던 충현원은 현재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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