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충현원 마당에 실물크기(190cm)로 건립되며, 제막식은 다음달 17일 당시 생명을 건진 고아들 대표와 제주도에서 다시 해외로 입양된 한인, 주한 미 대사와 공군, 보훈처, 광주광역시, 광주 남구청 등의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충현원 유혜량 목사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서 "동상 건립 의미는, 아이들을 태어나게 한 부모도, 사회도, 정부도 모두 피난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미 공군 군목인 러셀 브레이즈델 대령이 전쟁터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10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는 사건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생명존중이라는 실천적 행동을 새기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동상은 브레이즈델 대령이 한 아이를 안고, 그 옆에 나이 많은 아이를 세운 형상"이라며 "충현원을 바라보는 모양으로 세워진다"고 덧붙였다. 동상이 충현원에 건립되는 것은 고인과 유족의 뜻이다. 충현원은 전쟁 속에서 버려진 젖먹이들 45명을 모아 돌보아 온 곳으로, 당시 건물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 지난 2007년 97세의 나이로 소천할 때까지 목사로 활동한 브레이즈델 대령은 1950년 7월 한국에 파병돼 있던 미 제5공군 사령부에 군목으로 배속되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버려진 고아들을 보살펴오다 11월 중공군 개입으로 전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1059명의 고아를 피신시키기 위해 애쓰다 기적처럼 만난 미 공군 화물수송기 편으로 아이들을 제주도로 피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브레이즈델 대령의 업적은 지금까지 '딘 헤스 대령'의 공로로 잘못 알려져 전해졌다. 그는 제주도에서 파일럿을 양성하고, 서울에서 제주도로 수송된 아이들을 인수해 제주농고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유 목사는 "1950년 12월 20일 C-54 16대의 미 공군 수송기편으로, 김포공항에서 제주도까지 고아를 옮긴 주인공은 딘 헤스 대령이 아닌 군목 브레이즈델 대령"이라며 "작전명 '더 키디 카 에어리프트'의 지휘는 물론 이 사건을 영화화한 '전송가'의 주인공은 브레이즈델 대령"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코언 당시 미 국방장관과 헨리 셀턴 미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는 전쟁고아 구출작전에 대한 감사편지를 브레이즈델 군목에게 보냈었다.
유 목사는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 국민은 브레이즈델 대령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다"며 "많은 소중한 생명을 구한 브레이즈델 대령의 동상은 마땅히 현충시설로 지정돼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후 고아들의 보금자리였던 충현원은 현재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