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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 큰 박 부장' 찾아 수만㎞ 추적

2009-10-13 12:28

 회삿돈 19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상두(48)씨를 검거한 경찰의 집요했던 추적 과정이 새삼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경찰이 횡령 자금의 규모로 볼 때 외국으로 도주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수배망을 형성해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다가 막상 잡고 보니 은신처가 경찰관서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

 이 사건을 수사한 광진경찰서가 경위급 팀장을 포함해 5명으로 '박부장 전담팀'을 구성해 추적에 나선 지난 7월.

 그때부터 박 씨가 숨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곳곳과 경기도 안산ㆍ수원 등 수도권을 샅샅이 뒤진 것은 물론, 강원도 원주와 충남 서산ㆍ태안 등 지방에서도 그를 봤다는 제보만 들어오면 곧바로 달려갔다.

 국내 곳곳을 옮겨다니며 박씨 검거에 나섰지만, 번번이 허탕쳤다.

 그를 잡으려 이동한 거리를 합치면 수 만㎞는 될 것이라고 전담팀 관계자는 전했다.

 외국에서 사설 경비원이 박 부장을 보호한다는 제보를 받고는 다소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터폴을 통해 국제 수배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봤다는 외국 제보 지역만 해도 케냐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중국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걸쳐 있었다.

 추적 기간이 길어지고 전담팀의 피로가 쌓여 극에 달했을 무렵 운명이 시간이 찾아왔다.

 추석을 맞아 박 부장의 집 주변에 잠복해 있던 동아건설 직원들이 철수한 것이 박씨를 체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

 박씨가 감시망이 풀렸다는 사실을 알고 부인을 만나러 왔다가 이 사실을 예견하고 미행했던 전담팀에 덜미가 잡혔다.

 전담팀은 3개월의 추적 끝에 거물급 수배자를 잡았다는 기쁨보다는 허탈한 생각이 앞섰다.

 그의 은신처가 광진서에서 차량으로 불과 30여분 거리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빌라였기 때문이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이다.

 광진서 김모 경위는 13일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당황스럽고 허탈했다"고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그는 또 "박 부장이 사이클복을 입고 헬멧까지 쓰고 있어서 도저히 도망 다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머리와 수염도 길러 수배 전단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며 검거 순간을 떠올렸다.

 검거와 이송 과정에서 부인과 함께 심하게 저항한 박씨는 경찰차 안에서 안정을 찾고 나서는 침묵을 깨고 첫 요청으로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현재 박씨가 도박과 주식 등으로 탕진했다고 주장하는 960억여원의 정확한 용처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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