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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천동 집창촌 겉으로는 사라져

2009-09-23 11:16

 22일 오후 11시 대전 중구 유천동 옛 성매매집결지.

 지난해 봄까지 성매매업소들의 휘황찬란한 오색불빛 아래 취객들을 부르는 여성접대부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이곳 200여m 거리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어둡고 침묵이 흘렀다.

 골목 입구에는 경찰이 내건 "성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만이 나부꼈다.

 성매매집결지 해체작업 초기 여성 접대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일부 영세 옷가게나 미용실 등 업주들의 "왜 여기만 갖고 그러느냐. 업소 다 없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던 항의섞인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몇달 전만 해도 일부 업소가 불을 끈 채 밀실에서 영업을 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골목길 모퉁이 성인용품 판매점 불빛만이 요란스럽게 춤추고 있다.

 하지만 인근 식당에서 나온 취객 3명이 '혹시나'하는 마음인 듯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자 자전거를 탄 중년의 한 남자가 "아가씨 찾아요?"라며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남자는 "모텔비 포함해 15만원인데... 대신 노래방에서 놀고 2차는 모텔로 가야 한다"며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경찰 단속하에도 영업하네요?"라는 취객 물음에 "이 골목 가게들은 다 떠나고 3개 업소만 몰래 장사한다"고 귀띔하며 이들을 골목길 밖 분홍색 대형 유리문으로 치장한 노래방으로 안내했다.

 노래방 근처 포장마차 주인은 "노래방이 오후 10시께부터 영업을 시작해 다음날 아침 7시께까지 하는 것 같다"며 "일부 손님이 아가씨들과 함께 모텔로 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이 포장마차 주인은 "성매매업소들이 다 없어졌어도 모텔은 여전히 성업중인 이유가 다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인근 식당 업주는 "예전 텍사스골목은 이제 영업을 안하고 그 주변 10여개 노래방 등에 손님들이 미어진다"며 "노래방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호객행위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불야성을 이룬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는 노래 반주기를 갖춘 밀실에서 여성 접대부들이 취객들과 음주 가무 후 즉석 성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으며 67개의 업소가 성업했다.

 그러나 접대부들이 생리중이거나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중병에 걸린 와중에도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업주로부터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으며 1인당 월 1000만원의 수익을 올려줘도 모두 업주에게 각종 명목의 벌금 등으로 뜯기고 되레 빚만 늘어난다는 등의 비인간적 실태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이후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대전중부경찰서가 지난해 7월부터 집중단속을 한 결과 현재는 모두 휴.폐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15개 업소의 업주와 마담, 이들 업소에 드나든 성매수남 170여명 등을 사법처리했다.

 또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물을 성매매업소에 임대해준 건물주의 부동산이 모두 법원에 가압류되기도 했다.

 변도윤 여성부 장관과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7월과 8월 유천동을 직접 방문해 "성매매집결지를 해체시킨 전국적 모범사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처럼 과거 골목길을 가득 채웠던 홍등이 지하로 숨어들었을 뿐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의 명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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