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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화국면'으로 중심 이동

2009-09-12 12:37

 북핵 사태의 흐름이 대화국면으로 빠르게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다잡던 미국은 '6자회담 이전 북.미 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고 강경 대응을 꾀하던 북한도 추가 도발을 자제하는 가운데 다시금 유화제스처를 펴며 대화국면을 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이 같은 기류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전술적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제재 일변도의 압박작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복귀를 유인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5자간 컨센서스'의 형태로 나타났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대화에) 준비돼 있다는 데는 컨센서스(합일점)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간 양자대화에 대해 한.미.일.중.러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북한도 자세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유엔 안보리에 편지를 보내 우라늄 농축 카드를 과시한 이후에는 더 이상의 도발 움직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은 북.미간 막후접촉이 진전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혀진다. 양측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대화의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막후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대화국면은 '9末10初'(9월말 10월초)를 고비로 중대 모멘텀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양자는 물론 6자회담 당사국들의 연쇄접촉이 이뤄지는 국제무대가 속속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21~25일)와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가 주목된다. 6자회담 당사국 정상은 물론 북핵을 담당하는 외교라인이 총출동하는 기회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일본의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러시아의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 등 북한을 제외한 5자 당사국의 '북핵 사령탑'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박의춘 외무상 대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영일, 김계관 부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에는 북.미 양자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북한에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도록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특히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가 "앞으로 2주일 내에 (회담 시기, 장소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도 유엔총회와 피츠버그 금융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과 교감하는 절차를 거쳐 북.미대화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10월1일)과 북.중수교 60주년(10월6일)도 대화국면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중국 국경절의 경우 아직 가능성은 불투명하지만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조우'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망이 나온다.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수교 60주년 행사에는 올해 3월 김영일 북한 총리의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방북할 가능성이 높아 김정일 위원장과의 '최고위급 북핵 협의'가 성사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북.미대화의 시기는 이달말 또는 10월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로서는 북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보즈워스 대표가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열리더라도 6자회담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6자회담의 형식과 의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치열한 샅바싸움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합의와 파기를 번복해온 6자회담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협상의 틀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북한의 수싸움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대화국면이 열리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제재가 계속된다는데 5자간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점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에는 대화가 시작되면서 제재가 곧 풀렸지만 이번에는 대화와 제재가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미 당국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당국자는 "대화로 가더라도 이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나오게 하려는 취지"라며 "북한이 원하는 내용은 결국 6자회담에 들어와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미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일종의 '제한된 대화'로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촉매의 성격이 크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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