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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회장 중징계 논란 지속될 듯

2009-09-03 23:37

 금융당국이 3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림에 따라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감독당국이 은행장급 인사에 대해 직무정지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징계 적절성 여부와 수위를 놓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적 징계란 주장과 함께 감독당국도 함께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황 회장 중징계 왜?

 금감원은 이날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관련 법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은 물론이고 투자 과정에서 위험 관리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황 회장이 CDO와 CDS 투자를 직접 지시했다"며 "이번 징계는 금융기관 임원이 해당 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제재할 수 있다는 은행법 54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법 54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금융감독원장의 건의에 따라 당해 임원의 업무집행의 정지를 명하거나 주주총회에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황 회장의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가 '우리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친 행위'였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CDO와 CDS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1조6200억 원을 손실처리했다. 황 회장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입은 손실은 1조1800억 원이다.

 금감원은 또 만기가 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서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징계 안건은 내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직무정지 제재가 확정되면 본인에게 통보된 날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선임에 제한을 받는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이달 중 예보위원회를 열어 우리금융이 작년 4분기에 경영이행약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예보의 징계는 '주의, 경고, 직무정지, 해임' 등 4가지가 있으며 예보 역시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에 상당하는 징계를 내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예금자의 돈을 빌려서 장사하는 은행이 수익이 높다는 이유로 리스크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고위험 상품을 샀으며, 사후관리도 하지 않아 큰 손실을 냈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당시 최고경영자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징계 적절성 논란 계속될 듯

 감독당국의 징계 결정에도 논란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상 판단에 따른 투자손실에 대해, 그것도 임기가 끝난 뒤 발생한 투자손실에 대해 최초의 투자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에 투자 손실이 커진 것을 두고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는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황 회장 측도 그동안 "'천재지변'에 가까운 금융위기로 발생한 유가증권 투자 손실은 감독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당시에 황 회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판단을 했고, 전력을 기울였다면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회사의 경영자는 주주에 대한 의무뿐 아니라 예금 고객에 대한 의무를 고려해 매우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을 요구받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황 회장은 재임 기간 파생상품 투자 이외에 무리한 규모로 확장 전략을 추구했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은행의 심각한 부실채권 부담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 측은 금융위의 최종결론이 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감독원과 예보로부터 잇달아 중징계를 받게 된 황 회장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 사퇴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감독당국도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감독 소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필상 교수는 "우리나라는 파생상품 시장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았고 감독 체계도 미흡하다"며 "이런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다고 담당자를 처벌하는 것은 감독당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감독당국도 함께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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