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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리스트에?" 이 사람에게 물어봐

2009-03-26 23:59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이 속속 구속되면서 '저승사자'가 부상하고 있다.

 검찰이 26일 '질긴 악연'의 이광재 의원을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들 '저승사자'들이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박연차 회장 본인 =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쥐락펴락하는 첫 번째 핵심 인물은 당연히 박 회장이다.

 수사 초기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의 입이 '자물통'이라는 점 때문에 검찰 수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게다가 박 회장은 로비 수단으로 항상 현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박 회장 본인의 진술이 없으면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세종증권ㆍ휴켐스 비리 사건이 불거지며 구속 기소됐을 때 탈세 사실에 대해서만 시인할 뿐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세 딸을 출국금지하고 회사를 경영하는 맏딸을 소환조사하며 공익근무를 하는 외아들까지 수사 선상에 올려놓자 박 회장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로비 사실을 먼저 털어놓지는 않지만 현금 뭉치가 빠져나간 흔적 등 증거 자료를 들이밀면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기억하며 사실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입을 열면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와 대질조사를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으니 인정하라"는 식으로 '굴복'시키고 만다고 검찰은 전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박 회장을 각각 대질해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인사는 대질신문을 포기하고 혐의를 시인했다.

 ◇ 박 회장의 여비서 = 역시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준 핵심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여비서의 다이어리에는 박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골프를 쳤고 저녁식사를 했는지 등 박 회장의 일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다이어리를 근거로 로비 대상자를 특정한 뒤 수거해온 전표 등을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박 회장의 통화내역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언제 누구와 만나서 얼마를 전달했는지를 캐고 있다는 것이다.

 여비서는 최근 자신의 다이어리가 수사의 핵심 단서로 부각됐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뉴욕 한식당 주인 K씨 = 최근 검찰 수사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인물이 미국 뉴욕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K씨다.

 K씨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통해 박 회장을 소개받은 뒤 현역 국회의원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박 회장을 대신해 이들을 접대한 인물이다.

 K씨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2주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이광재 의원은 이곳에서 K씨 등을 통해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은 K씨와의 대질신문에서 "식당에 간 적도 없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진술했지만, K씨는 이 의원의 신체적인 특징까지 정확하게 기억해 이 의원의 해명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여당 의원도 이 식당에서 박 회장의 돈을 대신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 출석 땐 K씨와의 대질신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K씨의 입에 현역 의원 몇명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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