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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맞선 美 70대 한인 동포의 용기

2009-03-26 11:22

 자신이 관리하는 업소 주변의 조직 폭력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찰에 협조해온 미국 시카고시의 한 70대 한인 동포의 용기에 시카고 시민들의 찬사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25일자 일간 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 타임스에는 시카고시 웨스트 사이드의 동전 세탁소인 '스피닝 버블'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73세의 한인 동포에 관한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 기' 씨로만 알려진 이 동포는 평소 부근의 조직 폭력배나 마약 딜러들이 동전 세탁소로 들어오면 "나가라"고 고함쳐 왔으며,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세탁소 뒤쪽의 사무실로 가 경찰에 신고하곤 했다.

 이러한 한 씨에 대해 불만을 품은 베니 헤일(21)은 지난 23일 밤 세탁소로 들어와 손님들과 언쟁을 벌였으며 한 씨를 향해 "고자질하지 마라"며 시비를 걸었다.

 한 씨가 자신에게 "나가라"는 말을 하자 위스키병을 깨 위협을 가한 헤일은 한 씨가 사무실로 가 경찰에 전화하려 하자 뒤따라가 그의 얼굴을 가격한 데 이어 사무실의 컴퓨터와 집기들을 부쉈다. 헤일은 나아가 한 씨에게 전자레인지를 던지기까지 했다.

 헤일은 야간에 연장자를 폭력한 가중 폭력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헤일은 2006년과 2007년 마약 제조 및 거래로 실형을 선고 받는 등 4차례 전과가 있고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상태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동전 세탁소 주인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씨는 대단히 강한 사람" 이라면서도 한씨의 안전을 걱정했다.

 한 씨는 헤일에게 폭행을 당해 왼쪽 눈에 상해를 입고 얼굴에 크게 멍이 든 상태에서도 "나는 옳은 일을 했다. 두렵지 않다. 폭력배들이 마약을 파는 것이 싫다. 나는 앞으로도 경찰에 계속 신고할 것" 이라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찰에 협조하는 것은 중요한 일" 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7년간 헌병으로 복무했고 태권도 유단자인 한 씨는 1975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27년 전 아내가 사망한 뒤 미주리주에서 시카고로 이사온 한 씨는 그동안 건축업에 종사했으며 최근 오랜 친구인 이 동전 세탁소 주인을 돕기 위해 관리인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씨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뒤 트리뷴과 선타임스의 웹사이트에는 "우리 사회에는 한 씨 같은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 "한 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는 시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또 일부 시민들은 "한 씨가 폭력배들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 이라며 그의 안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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