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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장사' 접기로 한 사연은(?)

2009-03-16 20:50

 경기 침체의 여파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많이 늘어나는 가운데 불황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17년간 이어온 장사를 접기로 한 상인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6일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광흥창역 앞 임대건물 유리창에 '17년 장사 끝'이란 문구의 하얀 도화지가 나붙었다.

 유리창 앞에서는 김명식(61.가명)씨가 상자와 비닐을 깔아 만든 좌판에 가방, 지갑, 숟가락, 칫솔 등을 놓고 손님들을 맞았다.

 김 씨가 가방, 그릇 등 잡화를 팔기 시작한 것은 1992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수유리의 한 길거리에서 그의 '17년 가방 장사'가 시작된 것.

 김 씨는 "가방은 소모품이 아니라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한 동네에서 가방 살 사람은 다 산다"며 "한군데 오래 있으면 장사가 안 되니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다가 목이 좋은 곳을 발견하면 바로 장사를 시작했고 그렇게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 서울의 외곽지역을 옮겨다니며 장사를 계속했다.

 그런 그가 17년간의 '방랑 장사'를 접으려고 한다.

 식당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겨도 보고, 자살 생각도 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 씨이지만 매섭게 불어닥친 '불황의 칼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완전히 망했다"며 한숨을 내 쉰 뒤 "하루 꼬박 벌어봤자 20만원을 버는데 원가 등을 빼고 나면 5만~6만원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점심값, 기름값, 자릿세 등을 빼고 나면 그나마 손에 쥐는 돈도 거의 없다.

 장사가 잘될 때는 목 좋은 곳에서 하루 150만~200만원도 벌었지만, 작년부터 본격화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돈 잘 번다'는 얘기는 삽시간에 전설이 돼 버렸다.

 김 씨는 "물건을 싸게 팔다 보니 손님들이 관심은 많이 보이지만 대부분 가방이 얼마인지만 물어보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쌀값, 전기요금 등 생활비는 오르기만 하는데 매상은 줄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장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어"라고 답한 김 씨.

 가방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그의 얼굴에는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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