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조경제 기자의 현장속으로] 태백시 '가뭄과의 전쟁'

2009-03-13 11:54

 '큰 비야 제발 내려라!' 전국 비소식에 잔뜩 기대했던 태백시민들은 13일 또다시 찔끔 내리다 만 강우량에 맥이 풀렸다. 태백일대를 손금보듯 하는 본지의 김인박 태백지국장은 이날 오전 7시쯤 "그나마 조금 흩날리던 눈발 마저 그쳤다"며 허탈해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백은 타지역보다 늦은 12일 오후 11시 넘어 눈빗발이 조금 오더니 타지역보다 한참 빠른 8시간만에 끝나버렸다. 총강우량은 10~16㎜ 정도.

내리다 만 눈에 허탈… 낙동강 젖줄이 마른다
지난 여름부터 강우량'뚝'… 13일 눈-비 찔끔
하루 3시간 제한 급수-연못물 퍼나르며 버텨
◇ 태백시의 젖줄이자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마저 말라가고 있다. 부유물도 급증해 또다른 오염도 걱정이다. 하루종일 정수장으로 연못 물을 실어나르는 18톤 트럭들이 줄지어 있다. <태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앞서 박종기 태백시장이 기원한 "하루 최소 100㎜ 이상씩 며칠은 계속 와야 한다"는 기대치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태백시의 물난리는 갈수록 태산이다.

 강원도 태백시는 요즘 정수장 곳곳의 물이 말라 시민들에게 하루 3시간씩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난생 처음 겪는 물난리에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다행히 전국에서 생수 기증의 온정이 잇따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태백시는 궁여지책으로 시내 황지연못의 물을 퍼다가 제한급수를 실시중이다. 지난 1월18일부터 18톤 트럭 4대를 6번씩 하루종일 돌리고 있다. 황지연못의 물을 퍼다가 백산정수장으로 옮긴뒤 소독처리후 가정과 업소 등에 공급한다.

 황지연못은 평소 물에 잠겨있던 큰 바위들이 밑기둥까지 드러났다. 연못에서 만난 한 시민은 "물이 이렇게 빠진 것은 평생 처음 본다"며 혀를 찼다. 저수량이 급격히 줄면서 연못의 자체 정화작용도 급격히 약화됐다. 11일 기자가 찾은 황지연못에는 시청 공무원들이 나와 부유물 정화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태백시 물부족은 지난해 여름 이후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한 시청 공무원은 "아무리 비가 없어도 보통 9월이면 폭우같이 쏟아졌는데, 지난해에는 난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비 한번 구경 못했다"며 "아직은 하루 2000톤(평소 5000톤)씩 솟는 황지연못 물을 퍼다가 버티지만 앞으로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의 말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늘이 노해서 그렇다"며 대놓고 말들 했다. 시내 한 식당주인도 "장사한지 15년에 물 모자란 것은 처음"이라며 역시 하늘 탓을 했다. 한 공무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노했다니?

 대부분의 태백시민들은 시의 탯줄과도 같은 태백산의 천제단이 무너진 사건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뀐 지난해 5월 경기도의 모 종교단체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태백산의 천제단을 부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태백산 천제단은 해마다 마을 원로들은 물론 도지사와 시장과 공무원들이 대대로 연초에 하늘제를 지내던 곳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천제단이 훼손된후 태백시에 비가 뚝 끊겼다. 땅에서 솟던 물조차 급격히 줄었다. 태백시내 백산, 당골, 원동 수원지는 이미 마른지 오래이고, 광역상수도원 마저 날이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태백시가 우리나라의 젖줄이라는 점이다. 태백시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이고,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로 유명한 곳이다. 태백의 물이 마른다는 것은 결국 전국의 물이 마른다는 뜻이다. 낙동강에서 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안동호 조차 요즘 주변이 말라들었다. 얼마전 전국 학마을 지자체 모임인 학송회를 주재한 김휘동 안동시장은 "기상청에서도 올해는 가물 거라고 하는데 안동호가 말라가는 것을 보니 벌써부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종기 태백시장은 "땅에 관정을 뚫고 격일제 급수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지만, 나라에서 석탄을 캐간 탄광마을의 특수성으로 상수도의 47%가 땅으로 새나가는 유례없는 노후 상수관을 교체하지 않는 한 태백시 물걱정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풍수지리로도 올해는 유난히 물이 적은 해로 꼽힌다.

 현산역학연구소의 현산 소장은 "올해 기축년은 음양오행상 물길을 막는 토극수(土剋水)라 어느 해보다 물이 귀하다"며 나라의 적극적인 물관리가 필요할 때라고 주문했다.

 < 연예사회팀ㆍecoch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