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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현 기자의 현장속으로] 직업소개소를 가다

2009-01-19 12:21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업 대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지난 달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9만3000여명.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84%나 급증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곳이 직업소개소다. 그곳을 찾아가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 영등포역 부근의 직업소개소 네댓군데를 찾아 최근의 상황을 들여다 봤다. 영등포역 부근에는 10여개의 직업소개소가 산재돼 있다.

 "제조업은 전멸이에요."

 영등포 로터리에 자리잡은 6평 규모의 A직업소개소 김 모 대표의 얘기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등에서 들어오는 구인건수가 요즘에는 전혀 없다는 것. 그는 "건설현장의 막노동 일거리 의뢰도 없다"며 악화된 고용사정에 한 숨을 쉬었다.

 그나마 간간이 구인의뢰가 들어오는 곳이 식당의 서빙 일. 이 일감조차도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또 하나, 방송사의 유료 방청객 아르바이트나 영화사의 엑스트라 모집에 젊은이들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일은 연예기획사가 대행하는 경우가 많고 A직업소개소는 연예기획사로부터 다시 구인의뢰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유료 방청객 아르바이트는 하루 적게는 6000원부터 많게는 2만∼3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재취업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자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게 김 대표의 말. 그는 "요즘에는 구직 접수를 받아놔 봐야 대부분 직장을 알선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무실에 찾아오는 구직자들도 경제위기 이전보다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머물고 있던 1시간 동안 한 명의 구직의뢰자가 이 소개소를 찾았을 뿐이다. 의뢰자 이모씨(23)는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영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구직 접수를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인근의 또다른 B직업소개소. 이곳 이모 대표는 "사람을 구해달라는 업체도 거의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어 세달째 사무실 임대료도 주변에서 빌려 냈다. 이제는 고향 땅이라도 팔아야 할 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곳에 30분 가량 머무는 동안 문의전화만 2∼3통 왔다. 이 대표는 "실업자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게 본업인데, 당장 내 코가 석자"라면서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또다른 C직업소개소는 "울산에서 다리를 놓는 공사에 인부 3∼4명을 보내달라는 의뢰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출부 알선만을 전문으로 하는 D직업소개소는 "경제가 불황이다 보니 파출부 일을 문의하는 주부들의 전화가 최근 두배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그동안 파출부를 써오던 가정들에서조차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파출부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출부 취업알선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 일대 직업소개소들은 하나같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있으나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면서 직업소개소에도 찬바람이 생생 불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구인구직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잡코리아의 관계자는 "수입의 90% 정도가 채용 의뢰업체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최근 경기침체로 채용 의뢰건수가 줄어들면서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예사회팀ㆍscblog.chosun.com/jh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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