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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인도주의' 거론한 탈레반

2007-07-28 04:55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이 납치 열흘만인 28일 '인도주의적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연합뉴스와 간접 인터뷰에서 인질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이는 인도주의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아마디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 인질은 여성 전사(탈레반 가족으로 파악)의 통제하에 있으며 남성 대원이 여성 인질이 있는 집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식투쟁은 아님을 전제로 "음식을 먹기를 거부하는 인질이 일부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의 고온 건조한 날씨에 장기간 인질 생활을 한 인질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인질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문제"라며 여성 인질과 몸이 아픈 인질의 처우엔 자신들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앞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질들에게 아프간식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인질 일부가 아픈데 진통제 2종류 밖에 있지 않아 약이 부족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또 24일 아프간 현지 소식통을 통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아마디는 "음식과 약품이 부족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취재결과 인질의 일부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이들을 치료할 약품은 물론 인질에게 줄 충분한 음식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음식과 약품이 부족하고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 시각에선 자신들의 허점을 스스로 내보이는 협상 전략상 실수로도 볼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대외에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작전으로도 읽힌다.

 이들은 자신이 몸값을 노리고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하는 범죄집단이 아니라 아프간의 현 상황을 전시(戰時)로 파악하고 단순한 인질이 아닌 전쟁 포로개념으로 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내거는 수감자 맞교환도 같은 맥락이다.

 탈레반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중앙 정부를 '괴뢰정부'로 여기는 것도 불법 무장집단이 인도주의를 거론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인질이 처한 위기상황을 내보임으로써 한국 정부를 심리적으로 더 압박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인도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음식과 생필품, 의약품 제공을 요청한 간접적인 탈레반의 '사인'을 한국 정부는 협상의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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