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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의 싱글 스토리] 맞선...그 남자가 혼자인 이유

2007-07-27 12:06

점점 믿게되는 '하자론' 때문에…
 
 "아이씨~선 안 본다니깐!!"

 엄마의 맞선 권유에 짜증부터 부리던 H양.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미모와 재능이라고 믿고 살아온 그녀에게 맞선이란 아쉬운 사람들끼리나 하는 짝짓기였다. 빈 병, 빈 깡통과 함께 분리수거 대상인 서른 살 딸이 맞선 얘기만 꺼내도 쌍심지를 켜니 부모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 그러던 H양, 서른 하나가 되더니 이제야 30줄에 들어선 게 실감이 나는 모양이다. 못 이기는 척 맞선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서른 셋, 넷 넘기고도 장가 못간 남자라면 뭔가 하자가 있는 게 아닐까?' 미심쩍었지만 처음 보는 맞선인지라 은근 기대를 품었다. 도산공원 앞 카페, 첨 만난 어색 남녀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속에 섞여있으면 창피하진 않겠단 생각은 맞선남을 본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카페 안에서 독보적으로 촌발 날리는 남자가 그녀에게 손짓을 보내는 것! 100쌍의 맞선 커플 속에 섞여 있어도 이 남자라면 창피하다. 일단 얼굴부터 너무 아니지만 더 심각한 건 스타일. 남자의 선천적 외모는 후천적 패션 센스로 충분히 커버되는데, 옆에 놓인 프로○○○ 책가방을 보니 대략난감. (맞선에 책가방은 왜?) 결국 한 시간 반 만에 줄행랑.

 이런 남자만 나올까봐 겁먹은 H양, 집에 돈이 넘친다는 스펙에 혹해 두 번째 맞선 결정! 그런데 교수라고 소개받은 그 남자가 내민 건 술집 명함. 당황하는 표정을 봤는지 "지방대 교수월급으로 못 살죠~" 한마디 한다. 그렇긴 해도 교수님의 투잡이 술집이라니…. 압구정동에 산다고는 하지만 일대 유흥시설을 줄줄이 꿰고 있는 걸 보니 소싯적 놀았구나 싶다. 아니, 얘길 듣다 보니 지금도 잘 놀고 있는 중인 듯. 학벌 좋고 똑똑한 여자여야 한다는 건 그의 부모님이 내건 조건. 정작 당사자는 어리고 쭉쭉빵빵한 여자나 만날 타입이다. 그 나이까지 장가 못 간 이유? 노느라 못 갔지 뭐~.

 미국에 산다는 남자와의 맞선이 또 잡혔다. 하버드 출신의 금융맨이라는 화려한 프로필. 일주일간 한국에 머문다는데 겨우 그 시간에 뭘 어쩌겠다는 건지? 뭐, 하루 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니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 마이 갓~ 생큐! 핸섬하고 스타일 좋은 훈남이 예의 바른 미소를 날리며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노는 여자는 싫다는 걸 보니 생각도 바로 박혀 뵈고…. 그래, 이런 남자도 남아있었어! 오늘 당장 만리장성을 쌓고 싶은 심정으로 바싹 달아올랐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선약 때문에 일어나야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남자. 역시 매너 있게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며 그녀의 연락처가 담긴 명함까지 받아갔다. 그러나 그녀의 문자에 묵묵부답, 명함은 왜 받아갔는지 이틀이 지나도 전화가 없다. 인맥 총동원해서 뒷조사에 들어가보니 눈이 너무 높으시단다. H양 정도는 그 분 어깨에도 못 닿았던 거다. 몸에 밴 선수기질로 데려다 주고 마치 연락할 듯 명함까지 받아간 것이다. 최상품인 줄 알았더니 역시 하자품이었다. 눈이 눈썹 위에 붙은 하자!!!

 세 번의 맞선으로 그녀는 '하자론'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지리 인기 없거나, 심하게 놀았거나, 너무 고귀한 안목을 가졌거나…이유 없는 놈이 없다.

 "나이 먹어서까지 남아있는 인간들은 하자품이야" 한숨 섞인 말로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이 남자는 이래서 안되고, 저 남자는 저래서 안되고 따지고 있는 나만 봐도 하자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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