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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은 군대식"...헝가리 언론 비판 파문

2007-07-26 09:42

"헝가리 진출 한국 기업 군대식 문화 문제"

헝가리 최대 일간지 대서특필
한국 기업 이미지 악화 우려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는 군대식 근로 문화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헝가리에서 한국의 기업 문화가 뭇매를 맞고 있다.

 헝가리의 최대 일간지 넵서버첵은 25일 1면 머리기사로 한국타이어가 최근 설립된 노조와 대립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군대식 규율을 최우선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헝가리의 한 FM 라디오 방송이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을 캄보디아의 독재자 폴포트에 비유하며 싸잡아 비난한 것과 함께 한국 기업에 대한 악성 이미지를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신문과 한국타이어 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법원에 설립 등기를 마친 이 회사 노조와 노조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화학공업노조(VDSZ)는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자신들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산별노조에 해당하는 화학공업노조는 특히 회사 측이 사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던 직원 2명을 부당 해고했으며, 생산 개시 이전에 약속했던 각종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사무직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50일이나 늦어졌다고 비판했다.

 화학공업노조는 또 한국타이어에는 현재 400명의 조합원이 있으나 어느 누구도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사측이 노조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노조 존재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넵서버첵은 이 같은 노조 측 주장에 더해 '이해 안 되는 극동 아시아'라는 제목의 도쿄 통신원 기사를 인용, 유럽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충돌은 상이한 근로 문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동아시아 기업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 군대적인 규율과 강한 중앙집권적 경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기업은 대부분 가족 소유이고, 노조 활동을 북한과 연계시켜 오랫동안 노조 활동을 억압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웃 슬로바키아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의 사례를 들며 한국 기업들이 슬로바키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화적 차이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사내에 설립된 노조는 누가 대표이고, 조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혀 실체가 없다"며 "화학공업노조는 합법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는데 권한을 위임한 회사 내 노조 대표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고된 직원은 파견 직원이고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 파견업체에 교체를 요청한 것일 뿐 부당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 측은 약속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적이 없고 사무직 직원들에 대한 50일간 임금 체불도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학공업노조의 파스테르나크 죄르지 회장 등 노조 간부들은 이날 주 헝가리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자신들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해 7월 부다페스트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두나우이바로시에서 공장 착공식을 갖고 지난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한국타이어는 최근의 노조 사태 외에도 헝가리 진출 이후 줄곧 정치권 싸움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3월에는 한 지역 환경단체가 한국타이어 공장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 착공이 늦어졌으며, 올해 초에는 두나우이바로시의 지방 정부가 한국타이어 공장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비싼 가격으로 한국타이어 측에 넘겨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한국타이어가 일부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근로자를 채용한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한국타이어에 제공된 고용 인센티브는 자국민 고용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비난하는 논조의 기사를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헝가리 내 한인 기업 및 교민들은 한국타이어를 헝가리에 유치한 현 사회당(MSZP) 정부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야당과 그 지지세력의 공세에 한국타이어가 휘말리고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생산 개시에 이어 내년 3월까지 연산 500만개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2단계로 오는 2010년까지 1000만개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으로, 이를 위해 총 5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장 운영을 둘러싸고 노조, 환경 문제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자 회사 고위층에서는 추가 투자 보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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