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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매거진] 강원도 3대동굴 기행

2007-07-25 09:44

거기, 태고의 서늘함이 숨쉬고 있다

억겁의 시간이 빚은 신비의 지하세계, '더위 탈출'과 '자연 탐구' 일석이조 피서 OK!
 7월말,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 무더위가 시작 되는 즈음이다. 하지만 어디를 찾으나 피서 인파로 넘쳐나 쾌적한 여름휴가를 즐기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동굴기행도 제격이다. 동굴은 연평균 온도가 10∼15도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피서-피한 관광지로 손색없다.

 강원도에는 삼척 '대금굴', 태백 '용연동굴', 정선 '화암동굴' 등 곳곳에 수려한 석회동굴이 산재해 있다. 석회암과 물이 만나 억겁의 세월동안 빚어낸

 신비의 지하세계는 가히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는 동굴여행은 '더위 탈출'과 '자연 탐구'라는 일석이조의 여정을 담보해준다.

 

▶삼척 대금굴

올해 첫공개된 '황금 궁전'
기묘한 종유석-석순 탄성
◇ 삼척 대금굴
 올해 처음 공개된 강원도 삼척 신기면 대이리 동굴지대의 대금굴(大金窟)은 지어진 이름처럼 '황금색 지하궁전'을 연상케 한다. '모래시계'라는 거대한 이름의 종유석과 석순 등 기묘하고도 신비한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난다. 대금굴은 한 방울 한 방울, 작은 물방울이 암흑의 공간을 5억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쉼 없이 두드려 창조한 지하세계의 신비다.

 대금굴은 길이가 1610m(주굴 730m, 지굴 880m)로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순도 높은 석회동굴로 지하공간이 넓고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보유하고 있어 가치가 높다. 특히 여느 동굴처럼 구경하는 동안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어 관람이 한결 수월하다. 게다가 수로의 폭도 좁아 동굴 벽면의 종유석을 지척에서 볼 수 있어 감동도 생생하다.

 동굴 탐사에는 모노레일을 타게 된다. 대금굴 관광센터에서 덕항산 자락을 470m 가량 오른 모노레일은 동굴 입구에서 140m를 더 진입한다. 5억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신비의 지하세계에 첫발을 딛기까지는 찰나에 불과한 7분50여초 남짓이 걸린다.

 동굴에 들어서면 우선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맨 먼저 나타나는 비경이 비룡폭포. 높이 8m의 거대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어둠 속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폭포수의 굉음은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대금굴의 압권은 '만물상 광장'으로 이름 지어진 종유석 지역.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란 곡석,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든 동굴진주, 뚱딴지형으로 자란 기형 석순, 계란 프라이를 올려놓은 모양의 에그프라이형 석순 등 기이한 형태의 동굴생성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붉은 조명에 물든 동굴수(洞窟水)는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을 연상케 하는데, 금세라도 넘쳐 흐를 기세다.

 대금굴에는 멋진 호수도 있다. 깊이 7m에 기묘한 종유석과 석순으로 치장된 비경이다.

 대금굴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활굴(活窟)이다. 특히 연가시, 등줄굴노래기 등 15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금굴은 수량도 풍부하다. 때문에 폭우가 내리거나 장마철에는 불어난 물 때문에 가끔 동굴 관람이 중단 되곤 한다. 흘러나온 동굴수는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청정 물골계곡을 이룬다.

 인근에 덕풍계곡, 준경묘, 삼척해수욕장 등 연계 피서지가 즐비하다.

 

▶태백 용연동굴

해발920m 위치, 내부 시원
옛새우 등 생물 38종 서식
◇ 태백 용연동굴
 태백시 화전동 소재 용연동굴은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내부 온도도 섭씨 9.1∼11.9도로 여느 동굴에 비해 서늘한 편이다. 백두대간 금대봉 자락 아래 자리한 용연동굴은 1억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됐다. 길이는 843m.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1.1㎞의 가파른 구간을 무궤도 꼬마 열차가 운행한다.

 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다양한 형태의 석순과 석주, 종유석 등 동굴 생성물이 나타난다. 그 형태도 기묘해 드라큘라, 등용문, 박쥐의 고성 등 독특한 이름들을 얻었다.

 용연동굴은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로 이루어져 있다. 허리를 숙여야만 통과할 수 있는 구간도 곳곳에 있어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르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이를 상쇄해준다. 동굴 중앙에는 폭 50m, 길이 130m의 대형광장과 음악에 맞춰 춤추는 리듬 분수대 등 인공 피조물도 설치 돼 있다.

 용연동굴은 생명체의 보고이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옛새우와 천장에 붙어사는 관박쥐 등 38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긴다리장님좀먼지벌레 등 9종은 용연동굴에서만 사는 희귀종이다.

 동굴 내부에 임진왜란 당시 피난 온 이들이 피난 내력을 적어 놓았다고 하나 아직 찾지는 못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그리고 고원 해바라기밭과 운치 있는 추전역도 지척으로 연계 관광이 가능하다.

 

▶정선 화암동굴

금광+종유굴 '테마동굴'
채굴장면 재연 등 볼거리
◇ 정선 화암동굴
 정선군 동면에 자리한 화암동굴은 금광과 천연 종유굴로 이루어진 테마동굴이다.

 화암동굴은 일제 강점기 국내 5대 금광의 하나인 천포광산(1922~1945년)의 터이기도 하다. 비록 경제성이 없어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금과 은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고 한다. 당시 금광의 모습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테마박물관으로 꾸며 두었다.

 화암동굴은 찾아가는 길부터가 운치 있다. S자를 그리는 700m 길이의 가파른 언덕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주변 풍광도 분위기 있다.

 1.8㎞ 길이의 화암동굴은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만큼 동굴 천장도 높고, 모두 5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섭씨 12도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금광 갱도에 들어서면 먼저 '역사의 장'이 나타난다. 천포광산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동굴 곳곳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광석과 채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광산 개발 당시의 모습을 재연한 부스 앞에서는 센서에 의해 움직이는 모형 광부들이 당시의 노동 강도를 표현한다.

 '금맥 따라 365' 코너는 상하부의 갱도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90m 높이의 천연동굴이다. 365개의 철계단을 따라 벽면을 수놓은 석화가 환상적이다.

 '노다지 궁전'에는 채광 흔적이 잘 보존돼 있다. 거북이를 닮은 바위, 티라노사우루스를 연상케 하는 공룡상과 동굴 생성물 중 가장 아름답다는 곡석도 볼거리이다. 이밖에도 금 생성 과정을 고스란히 표현한 '금의 세계', 금광 개발과정을 동화로 연출한 '동화의 나라' 등의 테마를 갖추고 있다. < 삼척-태백-정선=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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