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보령 여중생 납치용의자가 이웃 일가족 살해

2007-06-22 00:20

 충남 보령에서 일가족 3명을 무참하게 살해한 용의자가 사건발생 하루만인 21일 붙잡혔다.

 일가족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보령경찰서는 이날 오후 보령시 청라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쫓고 있던 이모(32.보령시 남포면 제석리)씨를 검거,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달 30일 발생한 여중생 김모(15.남포면 읍내리)양 납치사건도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경찰의 김양 실종사건 초동수사 과정상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가족 피살사건 발생

 20일 오후 7시 50분께 보령시 남포면 제석리 김모(53)씨 집에서 김씨 부부와 김씨의 노모(83)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 부부의 시신은 마당에서 왕겨가 뿌려진 채 파란 천막으로 덮여 있었고 노모는 마당 건너 창고 안에 사료포대로 덮여 숨진 상태였다.

 마을 주민들은 "오후 7시10분께까지도 김씨 가족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며 "그런데 갑자기 '사람살려'라는 비명소리와 함께 차량 문이 '꽝'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납치 여중생 귀가 및 수사 급물살

 지난달 30일 밤 자신의 집에서 300m 가량 떨어진 포도밭으로 일 나간 어머니를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던 김양이 21일 0시 25분께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소식을 접한 경찰은 김양으로부터 이씨에게 납치돼 그동안 그의 집에 감금돼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씨 집을 수색, 피 묻은 신발을 찾아내는 한편 이 신발 문양이 김씨 일가족 피살현장에 남겨진 용의자의 발자국과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김양이 20일 오후 8시께 집으로 돌아온 이씨의 웃옷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봤다는 진술과 일가족 피살사건 발생시간대에 이씨가 김씨의 집에서 황급히 빠져나가 3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는 목격담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 일가족 피살사건과 김양 납치사건이 모두 이씨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이씨 추적에 나섰었다.

 ◇용의자 이씨 검거 및 경찰 수사내용

 경찰은 21일 오후 2시 55분께 보령시 청라면 향천리에 있는 이씨의 친인척 집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연고지에 급파된 형사들이 친인척 집에 도착했을 때 이씨는 막 집을 나서려던 순간이었으며 아무런 저항 없이 검거에 응했다.

 경찰은 이씨를 보령경찰서로 압송, 김씨 일가족 피살사건과 김양 납치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씨는 김씨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동기에 대해 "그냥 평소부터 손을 봐주고 싶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정확한 사건경위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22일 오전 10시 30분 보령경찰서에서 두 사건에 대한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인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으며 가끔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쐬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자신의 방 안에서만 생활해 왔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경찰 초동수사 허점

 경찰조사를 통해 두 사건 모두 이씨가 저질렀고 납치된 김양이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3㎞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씨 집에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경찰의 '헛다리' 실종사건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김양 실종 후 20여일 동안 연인원 3600여명을 동원해 김양 집으로부터 반경 5㎞ 내를 샅샅이 수색했다는 경찰이 산 너머 이씨의 집에 감금돼 있던 김양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경찰이 주변 전과자 등에 대해서도 탐문을 실시했지만 2003년 존속살인미수죄로 처벌받은 전력 등이 있는 이씨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결국 경찰은 이씨가 김양 납치에 이어 김씨 일가족 3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동안 계속 헛다리만 짚고 있었고 따라서 철저한 수사로 김양 실종사건을 조기 해결했더라면 빚어지지 않았을 김씨 일가족 피살을 막지 못한 꼴이 됐다.

 더욱이 김씨 일가족 피살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씨는 김양과 함께 3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에 있었고 이후 김양을 자전거에 태워 집 근처로 데려다주고 있었지만 전의경 3개 중대를 동원해 검문검색을 실시하던 경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양이 살해돼 시신이 어딘가에 버려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빈집이나 비닐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전개했는데 인근 마을 가정집에 감금돼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이씨가 사는 마을까지는 수색하지 못했다"며 "또 보령 전체지역의 납치나 성폭행 전과자를 먼저 용의선상에 올려놓다보니 이씨가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씨가 김양을 데려다준 시간대는 20일 오후 8시 45분에서 오후 9시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때는 우리가 미처 본격적인 검문검색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며 "이씨의 이웃 누구도 김양이 감금돼 있었던 것을 몰랐던 만큼 우리가 이를 눈치채기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