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타이어값 너무 올랐다 했더니...합성고무 제조업체 담합

2007-04-13 12:10

과징금 56억 '된서리'
공정위, 금호석유화학-씨텍에 시정명령

2000년부터 3년간 4차례 18%나 올려
한국-금호타이어 '도미노 담합' 적발도
 

 ◇합성고무 가격 인상 추이  (2000년 3월~2003년 3월)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금호
석유화학

860달러→1015달러(18%)

860달러→1010달러(17%)

씨 텍

860달러→1000달러(16%)

860달러→960달러(12%)

※SBR1500 톤당 가격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4년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고 출퇴근하는 김모씨(37ㆍ서울 신정동)는 얼마전 타이어 교체를 위해 대형 할인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타이어 1개 가격이 무려 10만원. 4개를 교체하려면 40만원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그렇다고 생명이 걸려있는 터라 '운동화보다 싸다'는 정체불명의 타이어로 교체할 수도 없는 법. 결국 '울며 겨자먹기'격으로 김씨는 신용카드로 40만원을 긁었다.

 타이어 가격이 왜 이리 비싼걸까. 이유를 알아봤더니 업체들의 담합이 한몫 거들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타이어 제조사에 원료인 합성고무를 판매하면서 담합을 통해 가격을 높게 책정했던 금호석유화학과 씨텍(구 현대석유화학)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5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합성고무는 원유 추출물로 타이어, 신발, 벨트 등의 제조 원료로 사용되는데 판매량의 60~70%가 타이어를 만드는데 쓰인다.

 이들 업체는 국내 합성고무 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사실상 독과점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국내 합성고무의 68.7%를 공급하는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와 함께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에 2002년 현재 9만4894톤의 합성고무를 납품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과 씨텍은 지난 2000년부터 3년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담합을 통해 합성고무의 가격을 인상했다. 영업 실무자들이 모여 목표 인상가격을 높게 합의한 뒤 이를 타이어 제조사에 통보했던 이들 업체는 타이어 제조사들이 높은 가격에 반발하면 다시 정보를 교류, 당초 가격보다 약간 낮게 가격을 재책정하는 수법을 썼다. 두업체는 인상된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타이어 제조사에 대해 합성고무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밝혔다.

 두업체가 '짜고 치기' 직전만 해도 톤당 860달러였던 합성고무의 공급 가격은 3년 사이에 최대 18%까지 치솟았다. 더구나 당시엔 국제유가도 안정을 보였던 시기. 결국 터무니없는 합성고무 공급 가격 때문에 타이어 제조사들도 덩달아 타이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타이어 제조사들은 지난 2005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타이어 가격 담합을 이유로 4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4년 담합을 통해 타이어 가격을 올리면서도 "타이어 원료인 고무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마태복음 1장처럼 담합은 또다른 담합을 낳은 셈. 물론 그 피해는 김씨같은 힘없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측은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합성고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며 "합성고무 가격의 인상 때문에 타이어의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분이 지나친 측면이 있어 이의신청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