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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구권화폐 뭉치 발견" 사기단 쇠고랑

2007-04-03 11:19

 "성남에서 구권화폐가 담긴 비자금 컨테이너 박스가 발견됐다. 운반비가 필요하니 빨리 송금하라."

 공기업에서 일하다 10여년전 퇴직한 허모(48)씨는 지난해 6월 사업차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얼른 800만원을 보냈다. '이제 고생은 끝나고 떼돈을 벌게 됐다'는 기대감에 허씨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군사정권 시절 한국은행에서 대규모로 찍어내도록 한 뒤 컨테이너 박스에 넣어 은닉했던 수천조(兆)원 규모의 구권화폐 뭉치가 드디어 발견됐다'는 것이 허씨 지인이 전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지인이 약속했던 구권화폐 뭉치는 몇 달을 기다려도 볼 수 없었다.

 허씨는 구권화폐 뭉치를 실명화하기 위해 예금잔고증명을 마련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추가로 수천만원의 사업추진비를 줬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허씨가 이런 황당무계한 사기에 넘어간 것은 작년 3월 대통령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박모(55)씨 등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씨 등은 "군사정권 비자금을 실명화하는 '특정물건투자사업'에 투자하면 액면가의 75%로 구권화폐, 금괴, 양도성예금증서, 미국 화폐 등을 사들여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허씨를 꼬드겼다.

 이들은 당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미분양 빌라 3채를 월 300만원에 빌려 240평 규모의 사무실을 차린 뒤 "국가정보원 별동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허세도 부렸다.

 허씨는 이들의 거짓말에 속아 투자자금과 사업추진비 등으로 54차례에 걸쳐 8950만원을 줬으나 구권화폐를 만지기는 커녕 돈만 몽땅 날리고 말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일 허씨 등 2명을 속여 1억75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박씨를 구속하고 정모(70)씨 등 공범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위조서류를 만들어 준 전직 변호사 박모(72)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전두환 비자금 구권화폐' 같은 황당무계한 얘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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