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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정치적 손해 무릅쓴 결단"

2007-04-03 00:22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따른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난 14개월간 추진해온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소회와 함께 자신의 변함없는 소신을 피력하면서 협상 내용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국론 통합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힘든 여정을 돌이켜 보면서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며 협상 기조와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 미국 정부의 요구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미 의회의 압력도 거셌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결코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협상의 내용 뿐 아니라 절차에 있어서도 당당한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있어 지켜야 할 원칙을 지켜냈다"며 "이미 국제적으로 보편화한 규범과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대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의 변화까지 내다보는 큰 장사꾼의 안목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정부의 협상 자세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저 개인으로서는 (한미 FTA 추진으로 인한)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다.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이며,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이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은 아니다"고 한미 FTA에 대한 합리적 접근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압력'이라는 얘기가 난무했고, 길거리에서도 심지어 '매국'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가 무엇이 이익인지 손해인지 조차 따질 역량도 없고 줏대도 없고 애국심도 자존심도 없는 그런 정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 공무원들의 자세와 역량에 관해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정부 협상 대표단을 치하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그런데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해야 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앞질러 가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도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찬반 양쪽 의견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고, 찬반이 뜨거웠기에 협상 결과가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한 뒤 "반대하신 분들의 주장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그 분들께 이제부터는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한미 FTA 반대론자들에게 국론 통합을 위해 힘써 줄 것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물론 앞으로도 또 다른 분들의 치열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다만 저는 반대하는 분들에게 요청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인 토론에 임해달라는 것"이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그동안 근거도 없는 사실, 논리도 없는 주장, 과장된 논리가 너무 많았고, 국민에게 너무 많은 혼란을 줬다"며 "앞으로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FTA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의회의 냉정한 판단을 촉구하면서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역량을 갖고 있다"며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모두 승리했다. 결국 우리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약 17분 동안 생중계로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권오규(權五奎) 경제부총리, 김병준(金秉準)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金宗壎)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와 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 변양균(卞良均) 정책실장, 백종천(白鍾天) 안보실장을 비롯, 청와대 수석.보좌관 전원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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