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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국내 로펌 생존 '무한경쟁' 예고

2007-04-02 16:16

 한ㆍ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시한을 몇차례 연장하는 진통 끝에 2일 최종 타결됨으로써 법률서비스 부문은 만만치 않은 개방의 파고를 맞게 됐다.

 합의된 협상안에 따르면 국내 법률시장은 5년 안에 3단계 형태로 전면 개방될 예정이어서 로펌과 변호사들은 법률서비스에서 초대형 미국계 로펌과 생존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게 됐다.



 ◇ 법률시장 '지각변동'...생존 '비상'

 국내 법률시장은 5년 내에 3단계 형태로 완전 개방된다.

 협정 발효와 동시에 미국 법률회사는 국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미국법 및 국제공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협정 발효 2년 이내에 국내 법인과 업무 제휴를 할 수 있고, 5년 내에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동업ㆍ합작이 가능하다. 국내 변호사도 물론 고용할 수 있다.

 다만 1단계 개방은 양국 국회에서 서로 비준한 이후에 가능해 구체적인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던 국내 로펌들은 생존과 몰락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제껏 외국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에게 관련 지식을 제공하거나 보충하는 보조업무를 할 뿐 독자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지만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사실상 무한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로펌들은 변호사 규모가 2000~3000명에 이르는 미국계 대형 로펌의 공세에 맞서 외형 확대ㆍ전문성 강화ㆍ특화서비스 개발ㆍ틈새시장 확보 등의 생존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로펌은 이미 몸집 키우기와 특화된 서비스를 통한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화우, 광장, 태평양은 올해 송무분야 강화를 위해 20~30명의 변호사를 충원했다.

 법무법인 '충정'은 다국적 기업이 주 고객이던 중소 로펌 '서울 로(law) 그룹'을 최근 인수합병했으며, 중소 로펌 한결은 법무법인 '내일'과 합병했다.

 화우는 태평양에 이어 국내 로펌 중 두 번째로 1일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로고스는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베트남에 진출했다.

 국내 로펌은 당분간 몸집 불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차피 '정면 승부'는 승산이 적은 점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미국계 로펌과의 제휴ㆍ합작 모델 개발도 중요한 생존전략이 될 전망이다.

 

 ◇ "서비스 개선" vs "비용 인상" 엇갈려

 법률시장 개방의 효과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비용이 인상되고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린다.

 긍정적 측면의 입장은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로 발생하는 새로운 법률수요에 대해 국내 법조계가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계 로펌이 진출해 국내 로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서비스 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미국계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과 국내 로펌 합작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국내 로펌의 잔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역설적으로' 변호사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외국 로펌에 의한 국내 변호사 고용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일부 '톱 클래스' 변호사에 국한된 것인 만큼 전체 변호사의 고용 증가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의 과잉 공급은 소송 확산이나 남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로펌과 변호사들이 미국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집단 소송이나 의료 소송, 교통사고 소송 등을 적극 제기할 경우 자칫 소송 남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외국의 법률시장 개방

 한미FTA 타결로 외국의 법률시장 개방 사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거래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문과 분쟁이 영어로 이뤄지고 있고, 영미계 로펌은 조직과 경험, 자금력, 노하우 등에서 '절대 우위'라는 점에서 국내 로펌에는 '무서운' 존재다.

 최근 OECD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로펌 중 1~98위를 미국ㆍ영국ㆍ호주ㆍ캐나다 로펌이 차지했다.

 외국의 개방 사례는 18년이라는 긴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수성'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와 전면 개방으로 영미계 대형 로펌들에게 시장을 내어준 프랑스ㆍ독일의 사례가 엇갈린다.

 '준비 덜 된' 전면 개방은 법률시장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은 1987년 외국의 변호사에게 외국법에 국한된 자문 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이후 1994년 제한적 동업을, 2005년 4월 전면 개방을 허용했다.

 이처럼 18년에 걸쳐 10차례의 관련법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덕분에 일본의 로펌들은 그 기간 규모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여전히 1~5위권은 토종 로펌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시장 개방 후 로펌이 잇따라 합병되거나 해체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법률시장을 가졌던 독일은 1998년 전면 개방이 이뤄진 후 10대 로펌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미계 로펌에 흡수ㆍ합병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면서 2002년의 경우 독일 변호사의 16%가 자격증을 반납하고 일부는 부업을 갖는 형편에 처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프랑스는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가 외국 변호사ㆍ로펌의 비중이 지나치게 늘자 개방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던 아픈 경험을 했으며 최근에는 영미계 로펌의 비중이 늘어 토종 로펌들이 고전 중이다.

 중국은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 및 합작을 불허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제한적으로 업무 제휴 및 합작을 허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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