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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경기 축산농가 "존폐 위기"

2007-04-02 15:30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2일 경기도 이천.안성지역 축산농가들은 즉각적인 개방상황은 피했지만 결국 미국산 수입육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00여 농가에서 6만6000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 안성지역 소 사육 농가들은 이번 FTA 타결이 미칠 영향을 걱정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곽재근(52.안성 일죽한우회 회장)씨는 "고급육은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일반육 사육 농가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당장 미국산이 쏟아져 들어오면 송아지(생후 4-6개월) 가격이 폭락, 현재 220만-23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150만-180만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가격폭락을 우려해 '홍수출하'로 이어질 경우 결국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98년 외환위기 때 홍수출하사태로 송아지 가격이 30만원대까지 폭락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곽씨는 "시장개방으로 벌어들인 돈을 농가들을 위해 지원하는 제도를 법으로 만든다면 시장개방을 이처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자국 농업이 망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가 없듯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은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홍(52.안성맞춤한우회 사무국장)씨는 "고급육 생산 농가에 비해 홀스타인 같은 육우 사육 농가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고급육 농가의 비율을 높이고 이를 정부기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 않아 중국이 더 위협적일 것"이라며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 조건도 비슷해 한국인 입맛에 맞게 소를 사육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고 국내시장을 잠식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도한우협회 우영목(56.안성시 일죽면) 회장은 "현재 국내 쇠고기 시장 자급률이 30-50%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개방화 시대에는 고급육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측이 막판에 돼지고기 관세철폐를 요구하는 바람에 긴장했던 이천지역 양돈농가들은 언젠가 관세장벽이 없어질 것이라며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천 도드람양돈협동조합 김웅겸(46) 전무는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양돈산업은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조만간 미국산 돼지고기가 들어올 경우 지금 막 시작된 양돈농가들의 초기 자구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국(52.전 양돈협회 이천지부장)씨는 "축산농가들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15년간 지금의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선 수입산 보다 좋은 제품,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려면 사료곡물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농장 조성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돈육브랜드인 ㈜도드람푸드 안성공장의 한 관계자는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 가격이 하향안정화되고 돼지고기 소비층이 쇠고기 쪽으로 몰려 돼지고기 가공업체의 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마다 수입산 육우의 진열.판매가 늘다보면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가 줄고 돈육 가공업체는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양돈농가는 물론 돈육 가공업체 모두 생존 갈림길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천시 김상원 축정팀장은 "돼지농가의 경우 최고 30%에 이르는 폐사율과 2012년 분뇨 해양투기 금지 등에 따라 이중삼중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타격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축산물 개방에 마냥 손놓고 있을 순 없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고급육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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