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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경북 한우농가 "이젠 어떡하나"

2007-04-02 14:26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 쇠고기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고 쇠고기 검역문제는 구두 약속하는 선에서 결론이 나자 전국에서 한우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경북 경주의 축산 농가들은 체념에 빠졌다.

 협상시한이 연장되면서 더욱 속을 태웠던 한우 농가들은 2일 오후 결과가 '혹시'하는 한가닥 기대를 저버리자 "다 죽으란 말인가"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쇠고기 검역문제도 국제무역사무국(OIE)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평가등급이 나온 뒤 그 결과에 따라 우리측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구두 약속하는 선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졌지만 결국 빠른 시일 내에 미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팽배해 있다.

 외동읍에서 한우 28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정병우(61)씨는 "FTA 논의 대상도 아닌 미국산 쇠고기 검역문제가 협상에서 거론된 것 자체도 잘못이지만 검역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대타협에 들어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농가가 전체의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관세를 연차적으로 철폐한다는 것은 겨우 몇년간 농가의 생명력을 연장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씨는 또 "경영능력이 없는 대다수 한우 농가들의 고통받는 시간만 더 길어질 뿐"이라며 "정부가 농가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뒤 협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번 경우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타결 이전부터 가격 하락을 우려한 일부 축산 농가에서 소를 내다 팔면서 벌써부터 소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농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외동읍에서 한우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남호진(47)씨는 "FTA타결 한달 전부터 송아지 가격이 40만원 정도 떨어졌는데 앞으로 이 같은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며 "소값은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자꾸 오르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허탈해 했다.

 외동.안강.건천읍지역을 중심으로 6000여농가에서 5만2000여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경주의 경우 올 초까지만해도 한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사육두수가 꾸준히 증가해 홍수 출하로 인한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축산농은 "우리나라 소의 생산이력제가 정착되지 않은 데다 원산지 표시제도 실제로 효과가 없어 미국산이 한우로 둔갑돼 팔리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전국의 한우 농가가 가격하락을 우려해 한꺼번에 출하를 한다면 농가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한우 가격 보장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오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한우 농가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종호 한우협회 경주시지부장(54)은 "정부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 자체적으로 묘수를 찾을 수 있는 농가가 어디 있겠느냐"며 "FTA타결 이후 30% 정도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데 한우 농가의 피해뿐만 아니라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면 돼지고기 소비층이 쇠고기로 옮기게 돼 돼지고기도 타격을 받는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FTA타결로 지역 축산농가가 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경주시는 올해 초부터 농가에 한우의 추가입식 자제를 요청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매년 한우 사육두수가 10% 정도 증가해 시 차원에서 가격 폭락에 대비해 농가에 입식 자제를 요청해왔다"면서 "'경주천년한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 고품질 한우 생산과 판로 개척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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