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한미 FTA 타결] 업종별 영향..(1) 자동차-전자-섬유-기계

2007-04-02 13:17

 14개월간의 산통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기업들은 미국과 국경없는 전쟁을 치르게 됐다.

 이번 타결로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 대한 기회가 확대되는 만큼 가격.기술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은 수혜 업종으로 꼽히고 있는 반면 미국의 수입관세가 이미 철폐됐거나 아주 낮은 일부 전자제품 등은 수출 증대효과 보다는 안방을 내줘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업종별로는 관세철폐에 대한 득실이 다르겠지만 산업 전체로 볼 때는 FTA에 따른 자유경쟁이 시장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나 업종별 단체들이 FTA 타결 소식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같은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 자동차  자동차업계는 협상 결과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이득이겠지만 단기적으로 큰 실익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제가 5단계에서 3단계로 바뀌고 특별소비세가 5%로 단일화되는데 대해서도 침체된 내수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동철 산업정책팀장은 "3000cc 이하 중소형 승용차 관세 2.5%를 철폐하더라도 대형 승용차와 관세가 최고 25%에 이르는 픽업트럭의 관세는 각각 3년, 10년씩 유예키로 해 사실상 FTA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작년기준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69만3124대(비중 26.2%), 금액으로는 87억1000만달러에 이른다. 정부에 따르면 2002-2005년 3000㏄이하 승용차의 대미 수출 평균액은 66억달러로 전체수출의 70%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차의 수입은 5024대, 1억4207만달러로 수입차 시장에서의 비중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의 진출확대는 물론, 대미통상관계 개선, 대외신인도향상 등 직간접적인 효과를 고려할 때 한미 FTA 체결은 한국자동차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제차의 수입에 대해서는 특소세 단일화, 관세철폐 등으로 10% 이상의 가격 인하효과로 수입물량의 증가가 예상되지만 국내 수입차 소비자들의 성향이 미국산보다는 일제차, 독일차 등을 선호, 물량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품산업에 있어서는 미국산 부품수입이 적은 반면 국내 완성차의 현지공장 건설은 활발해 이번 FTA 체결에 따른 관세효과는 완성차보다 차부품 쪽에서 클 것으로 기대된다.

 2002-2005년 부품 수출액은 14억4000만달러로 완성차보다 작지만 앞으로 관세가 사라지면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 공장의 원가경쟁력 제고, 수출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 전자  한국과 미국간 상품 교역에는 이미 관세가 없는 품목이 많고 관세가 있더라도 제품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한미FTA 체결은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등 IT 제품은 이미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ITA협정에 의해 미국에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보통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에는 디지털 TV에 5%, 백색 가전에는 1-2%의 관세가 붙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대부분 미국으로 가는 제품을 나프타(NAFTA) 협정 체결국가인 멕시코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어 관세와 무관하다.

 삼성전자는 TV의 경우 북미향 제품의 대부분은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고, LG전자도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 LCDㆍPDP TV 냉장고 등 대부분의 제품을 멕시코내 3개 생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TV 등 가전 제품의 경우 시장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재편돼 있어, 미미한 가격 변동은 현지 마케팅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GE, 월풀 냉장고 등 미국산 가전제품은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시장 수출이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FTA 체결로 인해 미국의 기술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선진경영기법 등이 도입될 여지가 넓어졌고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섬유  자동차와 함께 한미 FTA의 수혜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증가폭이 얼마나 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섬유업계의 입장이다.

 김부흥 섬유산업연합회 통상마케팅 팀장은 "2000년 36억달러에 달했던 대미 수출액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40% 이상 줄어든 20억 달러 가량에 그쳤다"면서 "그러나 협정은 이처럼 내리막길로만 치닫던 대미 수출이 증가세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30%대 고(高)관세로 수출돼온 스웨터 등 화학섬유 의류의 경우 4%, 8%대 관세율을 보여온 원사, 면사 등에 비해 FTA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높은 수출관세를 적용받아온 제품 가운데 얀포드 규정(원사의 생산지를 따져 원산지를 정하는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은 수출이 상당정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얀포드 적용에 따라 원사의 국내생산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극세사 등을 주로 생산, 판매하는 은성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회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이라면서 "협정이 체결되면 관세 철폐 등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100억원 가량이던 대미 수출액을 135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우회수출방지를 명분으로 우리나라 수출업체 등에 대해 경영정보에 가까운 갖가지 자료들을 요구하고 각종 감시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 팀장은 "수용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우회수출을 방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정상가격에 정상경로로 수출하는 업체들의 '선의의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성공단 '메이드 인 코리아'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양국이 당장 메이드 인 코리아를 인정하는 데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계  기계산업은 관세ㆍ가격보다 기술이나 품질, 사후관리(A/S) 등이 중요한 산업이므로 한미FTA 체결이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첨단기계류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는 기술개발 위축 등 부정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수출면에서는 기존의 미국 관세율이 무관세이거나 1-2% 수준이어서 관세철폐 효과는 미미하지만 머시닝센터(4.2%)나 수평선반(4.4%) 등 일부 품목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면에서는 평균 수입관세율이 6.4%로 미국 수출관세율(평균 1.7%)보다 높지만 기술수준이 높지 않은 범용제품에서는 국내 제품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관세인하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입비중이 높은 첨단장비류나 부품류의 경우에는 관세 인하에 따라 2ㆍ3차 제품 생산시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업체들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술개발이 위축될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관세철폐와 한국산 기계류에 대한 미국시장의 긍정적인 분위기로 FTA체결 이후 일시적으로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은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는 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수입비중이 높은 업종의 기술개발 촉진하는 등의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