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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금융업계 득실과 전망

2007-04-02 13:16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돼 추가로 문을 열 부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측도 애초 우려와 달리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금융권은 이번 협상이 장기적으로는 선진 금융기법을 습득하고 금융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막판까지 쟁점이 된 단기 외환 세이프가드를 도입키로 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개방 초기에는 국경 간 거래를 통한 자본 이동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신금융 상품 시장을 미국 금융기관이 선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이번 협상이 미국 주(州)법에 규정된 각종 차별적 규제들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 국경 간 거래 '제한적 허용'  미국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 영업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에게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는 국경 간 거래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국경 간 거래와 관련된 쟁점 분야는 ▲자산운용업 ▲보험 중개업 및 보험 부수 서비스업 ▲금융정보 처리의 해외위탁 등이다.

 자산운용업은 국내에서 설립된 펀드 중 외국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운용을 해외자산 운용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되 국내 연기금 등 원화 표시 자산의 운용은 추후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자산운용사가 우리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을 맡을 수 있게 됐지만 해외자산 운용사의 국내 진출 유인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한국증권연구원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485억~7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중개업은 국경 간 거래를 허용하되 비대면 방식으로 합의함에 따라 당장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외국 보험사나 중개업자가 직접 사람을 보내 보험 상품을 파는 대면 방식을 허용하지 않고 인터넷 등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비대면 방식만 허용토록 한 것이다. 개방 범위는 손해보험업에 속하는 해상.항공보험 등에 한정했다.

 다만 보험계리업, 손해사정업, 위험 평가, 보험 컨설팅 등 보험부수서비스는 직접 사람이 국내로 들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정보 처리의 해외위탁 허용을 둘러싸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측은 산업.기업은행.주택금융공사.농협.수협 등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FTA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금융기관이 미국 등에서 정보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다만 협정 발효 2년 이내에 비밀 유지와 소비자 보호 등 미국 금융사와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미국계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 개인 정보와 기업들의 대출 명세 등 각종 경영 정보가 미 금융회사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고 국내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업의 경우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지 않되 미국 신용평가사가 국내에 지점이나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진출할 경우 허가 조건을 완화해 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 우체국보험 및 일부 공제기관의 경우 특수성을 인정하되, 금융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축소키로 했다.

   ◇ 신(新) 금융서비스도 '제한적 개방'  미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금융서비스 또는 상품을 의미하는 신 금융서비스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상품에 한해 개방하되 건별로 금융감독 당국이 허가토록 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신 금융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인가와 관련된 국내법.규제 체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신상품들은 대부분 선물, 옵션, 스왑 등을 결합한 구조화 상품"이라며 "이런 상품들은 한.미 간 상품 개발 능력에 차이가 있고 리스크가 커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으며 감독 또한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규제가 상당부문 풀려 투기적 성격을 지닌 신 금융상품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이프가드 도입..금융안정 발판 마련  외환위기 등 긴급한 시기에 자금의 대외거래나 송금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금융 세이프가드'는 막판까지 협상단의 발목을 잡았지만 우리측 요구대로 관철됐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재경부 장관 주관 하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측은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가 미국에 비해 훨씬 작고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 차원에서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이 있던 만큼 최종 방어책으로서의 세이프가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미 측은 세이프가드 발동시 한국에 진출한 미 기업.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수용 조건으로 투자자-국가간 제소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업계 경쟁력 길러야"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업계가 이번 협상의 가시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자본시장통합법과 맞물려 금융산업의 개방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연구위원은 "은행업보다 보험업 및 자산운용업은 외국 금융회사와의 경쟁이 한층 심화하고 국경 간 자본 이동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은 비이자 수익원과 해외 진출 확대▲증권업은 투자은행(IB)업 활성화 ▲ 자산운용업은 펀드의 대형화와 장기화 ▲보험업은 전통판매 채널의 전문화.대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한미 FTA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 금융 불안정성 예방 등을 위한 보완책 을 마련하고 규제 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국내의 규제 체계를 포괄주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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