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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노대통령 결단 배경과 전망

2007-04-02 13:12

 2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추진했던 임기 후반기 최우선 국정 과제였다.

 노 대통령이 임기 2년여를 남긴 작년 1월18일 신년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FTA를 맺어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의 본격 추진을 천명한 이래 1년 2개월여 만에 우여곡절 끝에 타결을 도출했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초인 2003년 9월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을 목표로 정하고, 칠레를 시작으로 FTA 상대국을 넓혀나간다는 정부 구상 속에서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한미 FTA 추진을 공식화한 노 대통령의 의중은 한 달 뒤인 2월16일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를 주재한 자리를 시작으로 한 꺼풀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우리 경험상 한번 기회를 넘기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기회는 한미 FTA를 추진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이를 잘살려 FTA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20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는 "FTA를 통한 G10"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고, 2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는 한미 FTA를 "큰 전환점"이라며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선진국형 서비스'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구촌이 개방을 통한 '통상 전쟁'의 시대에 들어선 만큼 거대시장인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무한경쟁 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발로였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1차 협상 직후인 6월12일 포털사이트 대표와의 오찬에서는 "개방 않고 교류 않는 나라중에는 흥한 나라가 없다"고 까지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작년 2월16일 대외경제위에서 "협상조건에 따라서 결렬될 수도 있고 양보 못하는 절대 조건이 있을 수 있다"며 한미 FTA 체결만이 최종 목표가 돼선 안된다는 점을 강력 시사했다.

 작년 3월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안한다. 손해볼 것 같으면 합의안한다. 우리가 감당할 수준으로 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FTA 체결이 대세라는 인식속에서도 '국익 최우선'이라는 대명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내 산업과 국민정서상 민감한 쌀과 쇠고기 등 농업부문 등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은 그의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진보세력들의 급속한 이탈을 가져오면서 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논란과 갈등의 불씨를 당긴 꼴이 됐다.

 특히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던 이정우(李廷雨)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태인(鄭泰仁)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한미 FTA 반대 운동 동참은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청와대에서 직접 경제정책을 담당했고,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사들이었다는 점만으로도 한미 FTA 체결의 정당성에 의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현직 대통령 정책특보이면서도 비판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노 대통령의 뜻을 꺾진 못했다. 오히려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노 대통령의 신념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노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 협상의 시한보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쪽으로 발언의 무게를 옮겼다.

 노 대통령은 6월21일 대외경제위에서 "가능하면 빨리 진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시간에 쫓겨 내용이 훼손돼선 안된다"고 협상의 '내용'을 강조했다.

 7월에는 '한미 FTA 대응 국내팀'과 대통령 산하에 '한미 FTA 지원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이는 협상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FTA 반대 여론을 비롯, 국내 의견을 폭넓게 수렴, 홍보하고 문제점을 점검해 소모적인 국론 분열상황을 조기에 불식시켜 나가기 위한 것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반대여론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진보진영의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자 노 대통령은 그들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8월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전략을 이데올로기 싸움이나 정쟁의 대상으로 활용해선 안된다. 정치적 선동의 방식이 아닌 실질적인 내용과 예측의 논리를 갖고 논쟁을 했으면 한다"며 "진보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

 같은 달 25일 국회 한미 FTA 특위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도 "선의를 갖고 진실로 이 문제를 다뤄가야 한다"고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 시한을 앞둔 지난 1월 신년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진보개혁 세력이 정치.사회적으로 주도적인 세력이 되기 위해선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지난달 17일에는 "우리나라가 진보만 사는 나라인가"라고 일갈,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협상시한이 3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핵심쟁점에서 이견을 못 좁힌데다 미국이 쌀 문제를 들고 나와 쇠고기 수입과 연동시킬 조짐을 보여 '졸속 타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자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외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철저히 장사꾼의 원칙으로 협상에 임하라"는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실익 위주로 협상할 것 ▲기간내 타결되면 좋고 기간을 넘겨 협상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질 것 ▲이익이 되면 중간 또는 낮은 수준의 합의도 검토할 것 등 3가지 지침을 협상단에 내려 국익관철을 전제로 협상 타결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협상단에 힘을 실어줬고, 우여곡절 끝에 협상은 막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협상 타결 이후의 국회 비준이라는 고개를 넘기 위해 새 총리에 '경제통'인 한덕수(韓悳洙) 전 경제부총리를 지명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향후 여론 설득 여부가 참여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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