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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절도빈발..교수님들 '비상'

2007-01-19 15:27

 대전지역 대학가에서 최근 두 달 동안 교수연구실을 노린 도난사건이 10여 차례 이상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중인 가운데 대학교수들도 출입문 잠금장치를 강화하고 도난에 대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한도를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께 대전의 한 대학교 국어교육과 A교수 연구실에서 난데없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옆방의 동료교수가 나와보니 A교수 연구실에서는 말쑥한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까지 든 40대 남성이 빠져나와 황급히 건물 밖으로 사라졌으나 마침 A교수는 이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품은 없었다.

 이 대학에서는 A교수 연구실 절도미수사건 외에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2주에 한번 꼴로 모두 4차례에 걸쳐 교수연구실 도난사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자들은 강의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낮 시간대에 연구실을 비운 여교수들이었다.

 범인은 여교수들이 주간에 교내에서 이동할 때는 핸드백을 소지하지 않는 점을 노렸으며 특히 지갑과 함께 수첩을 훔쳐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은행직원을 사칭하며 피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난카드 지급정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비밀번호를 직접 묻는 대담함도 보였다.

 이처럼 대학교수 연구실을 노린 절도사건이 이 대학교를 비롯해 대전지역 대학 5곳에서 모두 10여 건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늘어나자 대전시내 경찰서들이 공조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범인이 교수연구실을 골라 침입하고 신용카드만 훔쳐내는 데다 피해자에게 전화했던 목소리가 모두 중년남성의 목소리였던 점 등으로 미뤄 동일한 전문털이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수연구실이 주로 피해를 입은 이유에 대해 대학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개방형 구조인데다 그간 도난사건이 빈발했던 도서관 등에 CCTV가 대거 설치되면서 대학가 절도범들이 상대적으로 방범이 허술한 교수연구실을 노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끊이지 않자 교수들은 출입문 잠금장치를 강화하거나 아예 도난에 대비해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두 시간짜리 수업을 다녀온 사이 도둑이 들어 순식간에 500만원을 인출당한 한 교수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50만 원으로 낮췄고 또 다른 피해 교수는 평소 4개를 써왔던 신용카드를 하나로 줄이고 나머지는 아예 폐기했다.

 다른 교수는 "이제는 화장실에 갈 때도 연구실을 잠그고 다녀올 정도"라고 전했으며 한 대학교에서는 연구실과 건물 출입 보안카드를 개인별로 지급, 활용토록 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안내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한 여교수는 "과거에도 대학에는 유사한 절도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 사건들을 보면 범인이 교수들의 평소 일정을 훤히 꿰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혀야 교수들의 불안감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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