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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글날'은 1월 15일

2007-01-12 08:58

 북한은 매년 1월15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다.

 남한이 훈민정음 반포일인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한(上澣)'을 기준으로 상순의 끝날인 9월10일을 양력으로 환산, 10월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비해 북한은 창제일(세종 25년 음력 12월)을 양력으로 환산해 기념하는 것이다. 창제일은 '세종실록'과 '훈민정음해례' 등 문헌을 근거로 했다.

 북한은 창제기념일에 5년 또는 10년을 주기로 평양에서 기념보고회를 열지만 분위기는 그리 뜨겁지 않다.

 이는 훈민정음이 그 이전에 존재했던 전통문자를 계승했다는 북한 학계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5000년 전 평양 일대를 중심으로 번성했다는 이른바 '대동강문화'에서 '신지(神誌)글자'를 만들어 썼으며 이 문자가 고조선, 삼국, 고려를 거쳐 훈민정음 창제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 창제가 글자생활 발전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며 훈민정음 자체의 우수성과 민족 언어생활에서 '전환점'으로서의 역할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01년 출간된 '조선대백과사전'은 훈민정음에 대해 "세종의 직접적인 주관 밑에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현로들이 집체적인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며 "가장 발전된 글자로 여러 가지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했다.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의 백은혁 학사(석사)는 작년 1월 평양방송에 출연, "훈민정음은 우리 인민이 이룩해 놓은 훌륭한 민족적 재부"라며 "훈민정음 창제는 인민의 언어생활과 민족의 역사와 문화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열어놓은 거대한 문화사적 사변"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글이 민족의 자랑스런 유산이자 문화발전의 바탕이라는 인식은 남북한 공통임에 틀림없다.

 북한은 이렇듯 우리 말과 글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면서 외래 문화의 무차별적인 '침습'을 경계하고 있다.

 김형직사범대의 김영일 교수는 대외 홍보잡지 '금수강산'(2006.6)을 통해 "언어의 고유한 민족적인 것을 적극 살려나갈 때 민족의 넋을 지키고 단합과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민족어가 외래어와 범벅이 돼 잡탕말로 변하면 민족어의 민족적 특성이 희미해지고 민족의 넋도 깨끗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1948.9.9) 이전부터 한자어와 '왜색풍'의 말을 손질하기 시작해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외래어를 '문화어'로 고쳐 70년대 초까지 5만여 개의 새 어휘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고유어를 쓰고 한자어나 외래어는 되도록 쓰지 말자'는 주의.

 특히 한자어와 외래어에 대해 "민족어의 어휘구성에 들어온 이질적인 요소, 민족어의 고유성과 순결성을 파괴하고 좀먹는 독소"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세종대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통일신보(2001.12.15)는 '과학문화 발전에 기여한 세종'이란 제목을 통해 "(세종대왕이) 30여 년 집권기간 훈민정음의 창제 등 나라의 과학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하여 후세에도 그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세종대왕이 '계급적 이익'을 위해 국가적 사업으로 훈민정음 창제를 내세운 봉건국가의 국왕이었다는 '조선전사' 또는 '조선통사'의 부정적인 주장과 사뭇 다른 평가다.

 한편,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2004년 탈북자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북한의 외래어 남용이 심각하고 세종대왕을 몰랐던 경우도 43%나 됐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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