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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권성호, "월북 불가능" vs "월북 가능"

2004-10-28 12:05

내가 철원 철책선 근무병이었는데…
안개끼면 가능 VS 접근 원천불가

개그맨 권성호 민간인 월북 상반된 의견 감독 이규형
 "월북이 맞다." "아니다. 월북은 불가능하다."
 민간인이 최전방 3중철책선을 절단하고 월북했다는 군의 발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민간인이 삼엄한 경계망과 지뢰밭을 뚫고 월북할 수 있었는지 의문투성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철책 절단사건이 발생한 강원도 철원지역에서 복무한 개그맨 권성호(27)와 최근 북한 특수부대 침투요원이 비무장지대(DMZ)를 뚫는 내용의 영화 'DMZ, 비무장지대'를 제작한 이규형 감독(45)을 통해 사건 실체에 접근해 봤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안개가 심해 남측 경계 근무자가 월북자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개그맨 권성호), "북한군의 특이 사항이 없었다는 점에서 민간인의 월북 가능성은 거의 없다"(이규형 감독)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 편집자 주>
 
장병 '근무태만' 매도 옳지 않아
 "날씨가 춥다고 근무 제대로 안 서도 되는 거야, 그런거야?"
 최근 SBS TV 코미디 프로그램'웃찾사'의 '그런거야' 코너에서 약간 어리숙한 듯한 후임병 역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맨 권성호는 지난 26일 발생한 최전방 철책선 절단 사건에 대해 자신의 개그를 인용해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지만 권씨는 사건이 발생한 열쇠부대 철책선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늠름한 대한 남아다.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철조망을 절단하고 비무장지대로 월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근무 경험에 비춰 이번 사건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질 때에는 안개가 심해져 10m 전방에 있는 물체도 식별하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안개가 낀 한밤중에는 초소와 초소 사이에 있는 철책선의 경우 보안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치 군 전체의 근무기강이 나태한 것 처럼 매도당하며 '국방부의 시나리오설'까지 나도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이 사건 때문에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의 노고가 결코 폄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병사들의 근무 태도 보다는 장비 관리 등에 허점이 노출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보다는 근처 지형-지물에 밝은 탈영병의 소행일 가능성에 조심스레 무게를 두며, "절단기 등 철조망 절단에 필요한 장비에 대한 관리만 확실히 이뤄졌더라도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군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때"라며 개그 프로그램 속의 '일병' 짬밥답지 않은 넉넉함을 보였다. < 김천홍 기자 flash@>
 
지뢰 피해도 북측통과 더 어려워
 "민간인이 소리없이 남한 철책을 통과한 뒤 북한 철책지역까지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규형 감독은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 최전방 철책이 뚫린 사건에 대해 강한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번 '철책 무사 통과' 사건이 터진 곳에서 얼마 안떨어진 인근 사단 수색대에서 군복무를 한 이감독은 군 합동참모본부가 결론 내린 '신원 불상의 남측 민간인이 월북한 것'에 대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78년부터 81년까지 군생활을 한 이감독은 "민간인이 3중 철책선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지뢰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지뢰를 피해 가다보면 GP(일반전초)에 있는 수색대원에게 발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남측 철책선을 통과하는 것보다 북한 철책선을 뚫고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며 "북한 철책지역은 1만V의 고압선과 각종 폭발물이 설치돼 있어 민간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그런 철책을 민간인이 북한측 철책까지 소리 없이 통과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또 "철책 근무자는 캄캄한 밤에 경계 근무를 설 때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사격을 한다"며 "월북하려는 사람도 철책선 근처에 와서는 날이 환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백기를 흔들며 '투항한다'는 의사를 밝힌다"고 덧붙였다.
 "설령 군의 발표대로 사건이 발생한 '25일 밤부터 26일 오전 1시' 사이에 월북이 이뤄졌다고 가정한다 해도 그 시간에 경고 사격이나 방송 등 북측 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민간인 월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감독의 영화 'DMZ, 비무장지대'는 11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 이정훈 기자 dan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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