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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도 없다"...병원 미수금 급증

2004-07-29 12:29

 극심한 불황으로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종합병원이 속을 태우고 있다.
 29일 충남대학병원에 따르면 환자들의 미수금 발생 사례가 2002년 238건(1억1500만원)에서 2003년 434건(2억1300만원)으로 82%나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262건(1억6700만원)이 발생, 연말 미수금이 3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수금은 5만-6만원의 소액 진료비에서 1000-2000만원의 수술비.입원비까지 제각각으로 충남대병원의 경우 1995년 법인 설립 후 누적된 미수금이 14억 6000만원에 이른다.
 그나마 지난 2002년 '회수 불가능'으로 판단된 4억여원을 결손처리한 금액이다.
 건양대학교병원의 미수금 발생 건수도 2002년 17건(1360만원), 2003년 21건(1800만원), 올 상반기 25건(2300만원)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대전지역의 한 종합병원도 2002년 매출액의 0.2%, 2002년 0.3%, 올해 상반기 0.5%로 증가추세다.
 미수금 발생 사례를 살펴보면 119구조대를 통해 응급실로 실려온 행려병자와 노숙자, 극약을 마시거나 화상을 입는 등 자살을 기도했던 환자, 가난하지만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되지 않은 환자 등 경제력이 없는 환자들이 치료받는 경우다.
 실제로 2002년 12월 대전시 대덕구 읍내동에서 동거녀와 동거녀의 딸을 살해한뒤 불을 질러 자살하려 했던 오모(41)씨가 중화상을 입고 충남대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해 치료비 4300만원을 전액 병원측이 떠안기도 했다.
 경제력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측은 직접 행정관청을 찾아다니며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기도 하고, 종교단체와 연결하거나 병원직원들이 모은 성금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미수금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렇다 보니 야반도주하는 환자도 늘어나 충남대병원의 경우 2002년 50명에서 2003년 81명, 올해 상반기 49명의 환자가 병원에서 달아났으며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매달 1-2명의 환자들이 도망치고 있다.
 미수금은 병원의 미수관리팀 또는 채권관리팀이 전담해 담당 직원들은 병원비를 분할입금키로 한 뒤 연락이 끊겼거나 병원에서 도망친 환자들의 재산상태를 조회하고 소재지를 파악해 직접 돈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충남대병원 미수관리팀 김동보씨는 "퇴원하거나 도망친 환자들의 거주지를 찾아가 보면 드물게 재산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단칸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돈을 받으러 갔다가 불쌍해서 쌀과 라면을 사주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은 또 병원비를 내지 못한 환자들을 상대로 올해 상반기에만 100여건의 법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소송업무도 맡고 있다.
 충남대병원 설용백 원무과장은 "지난해와 올해 미수금 발생 현황을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경제력이 없는 환자들의 비용을 병원이 모두 책임질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의료보험관리공단 등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기불황이 지속돼 병원측 부담이 계속 증가하면 돈 없는 환자들을 아예 외면하는 병원도 생겨날 것"이라며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만으로는 경제력 없는 환자들이 충분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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