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차길진의 영혼은 살아있다] 일본의 한류 열풍과 원인

2004-07-26 15:05

우리 삼국문화에 뿌리 … 동경 - 향수 잠재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리타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일본여성 A양은 몇 년 전 한국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것이 큰 경험이 됐다. 입사 초기에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해주지 않아 급여가 낮았지만, 최근 '겨울연가' 덕분에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져 급여가 오르면서 회사내 주가도 뛰었다.
 한국 유학시절 나와 인연이 있던 A양은 배용준을 무척 좋아하는 발랄한 신세대 일본 여성으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욘사마'가 전생에 누구였는지 말해달라며 한참을 졸라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순간 과연 그의 전생이 현재 한류 열풍의 원인인지 고민하며 염사를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염사를 통해 본 배용준의 전생은 일제시대 조선 여성 뿐 아니라 일본 여성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예술인이었다.
 그의 전생도 한몫 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류 열풍의 주역은 한국 문화의 힘이다. 제1차 일본 문화개방이 있던 1998년. 당시 국내 여론은 뜨거웠다. 문화개방을 하는 즉시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점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일제시대 강탈된 한국 영화 필름을 추적하고 있던 나는 일본 문화개방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추적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본인이 한국 문화를 종교에 가깝도록 맹종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상황이 이렇다면 후대의 일본인 역시 한국 문화에 쉽게 동화되리라고 생각했다.
 내 예견은 정확히 적중했다. 일본 문화를 전면 개방한 현재, 한국은 비교적 잠잠한 반면 일본 전역은 한류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하네다공항은 역대 최대 인파가 '욘사마'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공항 업무가 중단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과연 일본내 한류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역사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현재 일본 문화는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 문화에 뿌리를 두고 탄생했다.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일본의 유일한 문화 유입 창구는 조선이었다. 자신만의 문화가 없던 일본은 문화의 갈증을 조선을 통해 해갈했고 우리는 대륙 문화를 일본에게 전승했다.
 근대 일본은 닥치는 대로 외국 문물을 받아들였고 문화 복사를 통해 일본의 정체성을 획득하려 했지만 지금까지도 고대 삼국 문화의 영향으로 그들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는 한반도 문화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과 향수가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일본의 한 장례식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의 장례식장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일본은 마치 중역 회의장에 온 것처럼 사방이 정숙하다 못해 고요했다. 누구 하나 소리 내서 우는 사람도 없었고 한국 장례식장처럼 떠들며 술을 마시거나 고스톱을 치는 일은 더욱 더 없었다.
 분명 망자의 죽음이 슬펐을텐데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슬픔을 죽이며 문상객을 맞는 모습이 충격에 가까웠다. 극도로 감정을 억제하는 힘, 이것이 일본의 파워인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었다.
 아무리 종이꽃이 아름다워도 살아있는 패랭이꽃에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일본 문화가 화려해 보일지라도 꾸밈없이 솔직한 한국 문화의 힘이 한 수 위였나 보다. '겨울연가'의 성공 요인도 드라마 주인공의 진솔한 감정표현이었다고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역동적 문화 DNA를 갖고 있는 한국 문화가 일본을 강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국 시대 문화 종주국이었던 한국이 문화영토를 전 세계로 넓힐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 후암정사:(02)415-0108, www.hooam.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