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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생 호랑이를 찾아서' DMZ를 가다

2004-07-21 11:45

'호랑이 실체' 통일은 말해줄까

군인들 '발자국 발견-비디오 촬영 주장' 부인
"수십년간 철통경계에 안 걸릴리가…" 미스터리 여전
 '과연 비무장지대(DMZ)에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임순남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장이 최근 비무장지대에 최소 4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토종 호랑이는 6ㆍ25 전쟁의 막바지인 지난 53년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난 3월24일 60년대 이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던 야생여우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인적이 끊긴 비무장지대에 호랑이와 늑대같은 멸종 동물들이 생존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임 소장이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 일대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호랑이 발자국 사진을 공개하고 ▶DMZ에 근무했던 미군병사가 비디오로 촬영해뒀다는 e-메일을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한동안 호랑이 생존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기자는 지난 19일 'DMZ 호랑이 서식'을 확인하기 위해 DMZ를 찾았다.
 관할 제1사단 관계자들은 호랑이의 서식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1사단에서 수년째 복무 중인 한 장교는 "내가 근무하는 동안 호랑이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부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도 호랑이 얘기는 없다"며 "특히 DMZ에서 수색 정찰 중 호랑이를 비디오로 촬영했다는 미군들의 얘기는 미군이 DMZ 수색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서부전선 지역은 대부분 평평한 지형인데다 24시간 남북의 군인들이 철통 감시를 펼쳐 (호랑이가) 몇 십년 동안 눈에 띄지 않기는 힘들다"며 "호랑이가 있다면 산세가 험한 동부전선 지역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다수의 군인들이 이처럼 호랑이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실제로 수색 정찰에 투입되는 몇몇 사병들은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사병은 "서부전선 지역이 비교적 시야 확보가 잘 되는 편이지만, 그래도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며 "병사들의 수색 정찰도 이 지역에 워낙 지뢰가 많이 매설돼 있어 정해진 길로만 다니고 있고, 동물들은 신기할 정도로 지뢰가 없는 곳으로만 다니는 자신들의 길이 있기 때문에 마주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병 역시 "호랑이와 관련된 첩보나 전해오는 얘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호랑이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대부분 살쾡이 등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을 오인한 것으로 판명나 여전히 호랑이의 실체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남북이 DMZ에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호랑이의 존재 여부는 당분간 밝혀지기 힘든 상황이다.
 호랑이의 신화 역시 동물학자들이 DMZ를 샅샅이 조사할 수 있는, 통일시대에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 도라산=신남수 기자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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