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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칼럼] 김형준, 음식과 영화

2004-01-26 13:00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고마운 분들로부터 선물이 들어온다. 지방에 계신 배급업자들도 있고 그동안 같이 일해 온 거래처 분들께서 보내 주시는 선물들인데, 어떤 때는 좀 부담이 되지만 보내주신 마음은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필자는 기러기 아빠이기 때문에 들어온 선물들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떤 선물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음식은 함께 먹기도 한다. 술만은 누구에게도 나눠주지 않고, 집에 가져가 연휴동안 마시려고 고이 간직해 놓는다. 그런데 올 설에는 이 피같은 술들을 설 전날 동창 녀석들이 쳐들어와서 다 마시고 가는 바람에 나머지 연휴를 술 없이 보내야 했다.
 음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는 부산에 계신 배급업자 한분이 싱싱한 전복 한상자를 보내주셨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연기자 몇 명과 회사 직원들을 불러 자주 가는 횟집에서 전복파티를 열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안주가 좋아서 그런지 술도 엄청 마셔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전복하면 전복내장 생각들을 많이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전복내장이 정력에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복내장은 횟집에서도 귀한 단골손님에게만 내어준다고 하는데, 그날 만큼은 전복내장이 차고도 넘쳤다. 그 전복내장들을 겁 없이 왕창 집어먹고 내심 "다 죽었어"를 외치며 집에 가던 중, 하도 배가 아픈 나머지 달리던 택시를 세우고 길에다가 큰일을 봐 버리는 바람에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적당히 먹어야지 좋다고 마구 먹어댔다가는 큰일을 치루게 마련이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밸런스를 맞춰서 적당히 집어넣어야지 좋다고 무턱대고 많이 넣었다가는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기가 마련이다. 음악이 좋다고 너무 많이 넣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좋은 그림을 너무 많이 넣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이야기 구조가 망가질 수도 있다.
 게다가 캐스팅도 주연배우만 인지도가 있으면 될텐데, 너무 욕심을 부려 전부 다 인지도 있는 연기자들로만 채우려다가는 제작비도 많이 들고 영화가 산만해 질 수도 있다.
 영화 한편엔 관객들이 놀랄 만한 장면이 3~4번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내어 모든 장면들에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려 하면, 관객들은 지쳐서 영화를 편하게 보지 못하게 된다. 복통은 차를 세워 해결하면 되지만 잘못된 영화는 개봉 후 고칠 수도 없으니 심사숙고 해야한다.
 음식이나 영화나 적당한 게 좋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빨간신호등이 켜지기 전에 멈추는 일이. < 한맥영화사 대표 jon@cine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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