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밤이다. 모처럼 친구를 만나 가볍게 소주 한잔하고 간신히 얻어탄 합승 택시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을 지나게 됐다.
시계 바늘은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여기는 아직도 눈이 부시도록 번쩍번쩍 대낮 같다. 길거리에는 스쿨걸인지, 오피스 걸인지, 나가요 걸인지 온 동네에서 모인 수많은 늘씬 쭉쭉 빵빵한 걸들이 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짧은 치마에 다리들을 벌겋게 내놓고 다닌다.
네온사인 조명으로 더욱 섹시하게 보이는 그 다리들을 공짜로 보니 이곳으로 질러가자고 한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지 현명해 보이고 멋지고 고마워 죽겠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 늘씬한 다리들 중 하나에 매달려 있던 나의 알딸딸한 꿈을 깨우는 한편 나의 뱃속 내장까지 흔드는 부릉~~ 부릉~~ 하는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웬 오토바이 경찰아저씨들이 선글라스도 안 끼고, 가죽잠바, 가죽 장화도 없다. 그저 오늘 점심때 짬뽕 배달하던 노랑머리 철 가방 친구가 타던 중국집 깃발 오토바이와 라면 물 끓일 연료도 없다고 안달하면 득달 같이 달려오던 프로판 가스 친구의 오토바이 아닌가.
오토바이들은 하나같이 주인의 머리색을 어쩜 그렇게도 빼어 닮았는지 알록달록한 형광색에 데롱데롱 인형들을 매달고 앞자리 보다 뒤가 훨씬 높이 솟게 한, 일명 '쇼바'라고 부르는 개조된 뒷자석에 원숭이처럼 찰싹 붙은 여자를 태우고는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폭주족들을 떼거지로 보니 어디선가 유령처럼 슬며시 웽~~ 하고 나타나는 오토바이 경찰아저씨들보다 더 무섭다.
정말 그렇다. 교통 경찰 아저씨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빨간불에도 신호를 무시한채 달리며, 바퀴에서는 스파크 현상 때문에 불꽃이 일고, 기관총 소리 같은 모터소리가 요란하니 한편의 서커스다.
외국에서는 폭주족들을 '지옥의 천사들'이라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반전, 인권을 외치며 주거지도 없이 떠돌아 다녔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사람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사실 나도 얼마전 어린 꼬마들이 타는 퀵보드에 모터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보았다. 어릴 때 그렇게도 타보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나 죽이고 타라"는 말씀 때문에 못 타다가 얼마전 한강 고수부지에서 빌려 타보니 이상한 것은 탈 때마다 점점 더 중독이 된다는 점이다.
나 역시 더 늙기전에 걸들 앞에서 선그라스에 빨간 마후라를 목에 휘감고 가죽옷과 가죽 장갑으로 똥폼도 잡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래도 이 겨울에 그들처럼 런닝 셔츠 위에 가죽점퍼 하나 걸치고 밤거리를 무법자처럼 다니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들처럼 젊었을때 이유 없는 반항아가 되어 스피드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고, 부러진 다리 기브스에 걸들의 '멋진 자기' 라는 사인 공세도 받고 싶었지만,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일부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타는 동안 스릴은 있겠지만 그렇게 까불다 넘어져 행여 거시기라도 다치면 등뒤에 붙어 있던 걸들 다 도망갈거다.
박창수< 안과 원장 www.lasikclub.co.kr (02)3482-4006>
시계 바늘은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여기는 아직도 눈이 부시도록 번쩍번쩍 대낮 같다. 길거리에는 스쿨걸인지, 오피스 걸인지, 나가요 걸인지 온 동네에서 모인 수많은 늘씬 쭉쭉 빵빵한 걸들이 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짧은 치마에 다리들을 벌겋게 내놓고 다닌다.
네온사인 조명으로 더욱 섹시하게 보이는 그 다리들을 공짜로 보니 이곳으로 질러가자고 한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지 현명해 보이고 멋지고 고마워 죽겠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 늘씬한 다리들 중 하나에 매달려 있던 나의 알딸딸한 꿈을 깨우는 한편 나의 뱃속 내장까지 흔드는 부릉~~ 부릉~~ 하는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웬 오토바이 경찰아저씨들이 선글라스도 안 끼고, 가죽잠바, 가죽 장화도 없다. 그저 오늘 점심때 짬뽕 배달하던 노랑머리 철 가방 친구가 타던 중국집 깃발 오토바이와 라면 물 끓일 연료도 없다고 안달하면 득달 같이 달려오던 프로판 가스 친구의 오토바이 아닌가.
오토바이들은 하나같이 주인의 머리색을 어쩜 그렇게도 빼어 닮았는지 알록달록한 형광색에 데롱데롱 인형들을 매달고 앞자리 보다 뒤가 훨씬 높이 솟게 한, 일명 '쇼바'라고 부르는 개조된 뒷자석에 원숭이처럼 찰싹 붙은 여자를 태우고는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폭주족들을 떼거지로 보니 어디선가 유령처럼 슬며시 웽~~ 하고 나타나는 오토바이 경찰아저씨들보다 더 무섭다.
정말 그렇다. 교통 경찰 아저씨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빨간불에도 신호를 무시한채 달리며, 바퀴에서는 스파크 현상 때문에 불꽃이 일고, 기관총 소리 같은 모터소리가 요란하니 한편의 서커스다.
외국에서는 폭주족들을 '지옥의 천사들'이라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반전, 인권을 외치며 주거지도 없이 떠돌아 다녔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사람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사실 나도 얼마전 어린 꼬마들이 타는 퀵보드에 모터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보았다. 어릴 때 그렇게도 타보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나 죽이고 타라"는 말씀 때문에 못 타다가 얼마전 한강 고수부지에서 빌려 타보니 이상한 것은 탈 때마다 점점 더 중독이 된다는 점이다.
나 역시 더 늙기전에 걸들 앞에서 선그라스에 빨간 마후라를 목에 휘감고 가죽옷과 가죽 장갑으로 똥폼도 잡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래도 이 겨울에 그들처럼 런닝 셔츠 위에 가죽점퍼 하나 걸치고 밤거리를 무법자처럼 다니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들처럼 젊었을때 이유 없는 반항아가 되어 스피드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고, 부러진 다리 기브스에 걸들의 '멋진 자기' 라는 사인 공세도 받고 싶었지만,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일부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타는 동안 스릴은 있겠지만 그렇게 까불다 넘어져 행여 거시기라도 다치면 등뒤에 붙어 있던 걸들 다 도망갈거다.
박창수< 안과 원장 www.lasikclub.co.kr (02)3482-4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