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
"나으리, 밤이 깊었사옵니다. 어서 침소에 드시지요." "아, 벌써 자시(밤 11~오전 1시)가 되가는구려. 어서 드십시다." 잠자리에 들기전 한 부부의 농담섞인 대화내용이다. 요즘 가정이나 직장, 연인들 사이에 사극말투가 유행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킬때 "이 일 말이야. 이번 주 안으로 반드시 해내야해. 암 꼭 해내야하고 말고"라고 견훤 말투를 흉내 내면 부하직원은 "예, 주군"이라고 답한다. 각 방송사마다 다투어 사극을 방영하고 있는데 따른 신드롬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 영향으로 족집게처럼 알아맞추는 것을 '관심법을 좀 한다'는 것으로 통용된지 오래다. 현재 방영중인 사극은 MBC '홍국영', KBS1 '태조왕건', KBS2 '명성왕후'. SBS '여인천하' 등. 모든 공중파 방송이 사극을 방영하기는 드라마 사상 보기드문 경우다. 방영시간도 주말과 평일에 골고루 분산돼 있고 시청율도 높아 시청자의 경우 거의 매일 사극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사극에서 사용되는 궁중용어나 양반가 말투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된 것은 당연지사. 특히 가정에서는 사극을 보고난뒤 부부나 자녀간의 대화가 대부분 사극투로 변한다. "태자들은 뭐하는가? 밤이 깊었느니라. 모두 침소에 들라." "아바마마, 디아블로 한게임 하고 자겠나이다. 통촉해 주시옵소서." 어떤 부부의 출근길 풍속도. 남편이 아내에게 "부인, 그럼 행차하리다"라고 말하고 아내는 "나으리, 잘 다녀오시지오. 우마차 조심하시고요"라고 되받는다. 용돈을 받은 자녀들은 "감사합니다" 대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직장에서도 상사의 칭찬에 "성은이 망극합니다", 상사가 피로해하면 "용안이 안좋으신데..", 감기 등에 걸리면 "옥체를 보존하시죠"라는 애교스런 아부성 발언이 나온다. 회사원 박상한씨(32)는 "얼마전만 해도 이같은 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부였다"며 "그러나 이제 궁궐에서 사용되던 말투가 오히려 직장 분위기를 좋게하는 유머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들에겐 말미에 '~하시와요' ' ~하옵니다' 등을 붙이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더욱 애교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씨(여ㆍ26)는 "과장님께 결제서류를 갖다주며 '여기 있사옵니다'라고 말했더니 애교가 넘친다며 좋아했다"며 "그래서 남자친구나 동료에게도 농담조로 종종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ID에서도 '김상궁' '태조왕건''궁예''홍국영''명성왕후''정난정' 등 사극의 주요 등장인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채팅 대화에서도 "~옵소서" "관심법으로 보겠소" "그리 하겠나이다" 등 사극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 〈 김순근 기자 skkim@〉 | ||||||||
'궁예' - '정난정' 등 주요등장인물 이름 인터넷ID 사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