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년 박대통령 서거 당시, 모 기관에 연루되어 있던 한 젊은 영능력자가 대통령의 죽음을 예언하는 바람에 망명했다는 소문이 세간을 시끄럽게 한 바 있었다. 그 예언가의 말로는 "곧 윗분께서 이 세상에서 진지 드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의 예언이 역술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자 '과연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고, 점차 군부에 의해 국가의 폐쇄성이 강화되자, 그 예언가는 더 이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LA로 피신해 있다는 제법 그럴듯한 소문이었다. 그런데 망명 소문이 퍼진 뒤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번에는 그 남자가 LA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한국에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이쯤되자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젊은 영능력자가 나라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멀쩡히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내가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거니와 이번에는 교포들을 대상으로 사주까지 보고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이 때다 싶어 LA에 있는 문제의 C모라는 역술인을 찾아가 보통 사람인양 내 사주를 내놓았다. 그랬더니 그는 쓰윽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사주를 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내 사주를 푸는 그에게 나는 한마디 툭 던져보았다.
"저는 내일 한국으로 떠납니다. 그러니 만약 제 사주를 푸시다 뭔가 짚이시는 게 있으면 공항에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랬더니 그는 흠칫 놀라더니 말을 더듬으며 "내일 떠나십니까?”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그저 빙그레 웃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는데.
다음날 아침 공항. 막 비행기를 타려고 출국수속을 밟으려는데 멀리서 그 역술인이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것이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5분만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더니 그는 내 앞에서 밤새 푼 듯한 사주 종이를 내보이며 차근차근 말했다.
"분명, 당신은 보통 분이 아니십니다. 어렸을 적에 부친께서 돌아가셨을 것이고,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이승과 저승을 오갈 정도로 큰 병을 앓으셨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하늘의 명(命)을 받드는 일을 하고 계신 듯 싶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생각보다 이 역술인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어떤 면으로는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아는 듯이 보일 정도였으니. 그러나 끝까지 그는 의아해 했다.
"왜 저보고 공항에 나오라고 하셨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자 이렇게 공항에 나왔습니다.”
그 말에 나는 또 다시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한가지 물어봅시다. 미국에 망명왔다는 영능력자를 아시는지요? 당신이 하도 사주를 잘 보시기에 혹시 그 분인가 싶어서요.”
그러자 그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설 속의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 법이라고 합니다. 전설은 언제까지나 전설로 남아야 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만남은 언제까지나 제 마음 속에 전설로 남을 것입니다. 저도 이젠 그 전설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악수. 어느새 영능력자와 역술인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가끔씩 후암정사로 자신의 안부를 전해오는 그는 현재 미국에서 '사주 잘 보기로 소문난’ 역술인이 되어 현지 교포들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미래의 언젠가는 그 역술인이야말로 '전설’이 되어 '그’처럼 행세하는 가짜 역술인들을 만나 '사주 테스트’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 후암정사:02-415-0108>
그의 예언이 역술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자 '과연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고, 점차 군부에 의해 국가의 폐쇄성이 강화되자, 그 예언가는 더 이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LA로 피신해 있다는 제법 그럴듯한 소문이었다. 그런데 망명 소문이 퍼진 뒤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번에는 그 남자가 LA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한국에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이쯤되자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젊은 영능력자가 나라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멀쩡히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내가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거니와 이번에는 교포들을 대상으로 사주까지 보고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이 때다 싶어 LA에 있는 문제의 C모라는 역술인을 찾아가 보통 사람인양 내 사주를 내놓았다. 그랬더니 그는 쓰윽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사주를 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내 사주를 푸는 그에게 나는 한마디 툭 던져보았다.
"저는 내일 한국으로 떠납니다. 그러니 만약 제 사주를 푸시다 뭔가 짚이시는 게 있으면 공항에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랬더니 그는 흠칫 놀라더니 말을 더듬으며 "내일 떠나십니까?”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그저 빙그레 웃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는데.
다음날 아침 공항. 막 비행기를 타려고 출국수속을 밟으려는데 멀리서 그 역술인이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것이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5분만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더니 그는 내 앞에서 밤새 푼 듯한 사주 종이를 내보이며 차근차근 말했다.
"분명, 당신은 보통 분이 아니십니다. 어렸을 적에 부친께서 돌아가셨을 것이고,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이승과 저승을 오갈 정도로 큰 병을 앓으셨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하늘의 명(命)을 받드는 일을 하고 계신 듯 싶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생각보다 이 역술인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어떤 면으로는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아는 듯이 보일 정도였으니. 그러나 끝까지 그는 의아해 했다.
"왜 저보고 공항에 나오라고 하셨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자 이렇게 공항에 나왔습니다.”
그 말에 나는 또 다시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한가지 물어봅시다. 미국에 망명왔다는 영능력자를 아시는지요? 당신이 하도 사주를 잘 보시기에 혹시 그 분인가 싶어서요.”
그러자 그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설 속의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 법이라고 합니다. 전설은 언제까지나 전설로 남아야 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만남은 언제까지나 제 마음 속에 전설로 남을 것입니다. 저도 이젠 그 전설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악수. 어느새 영능력자와 역술인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가끔씩 후암정사로 자신의 안부를 전해오는 그는 현재 미국에서 '사주 잘 보기로 소문난’ 역술인이 되어 현지 교포들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미래의 언젠가는 그 역술인이야말로 '전설’이 되어 '그’처럼 행세하는 가짜 역술인들을 만나 '사주 테스트’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 후암정사:02-4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