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한다. 놀라운 것은 내가 다닌 그때와 똑같다는 점이다. 새 건물도 많아졌고 리포트를 내는 마감 날짜보다 일주일후에 내는 것이 상식이었던 우리때와는 달리 '칼같이'내는 범생이들이 유독 늘어난 점 등은 안타까운(?) 변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찐한 맛이나 1200원짜리 구내 식당 스파게티를 먹을때의 그 소박한 기쁨은 여전하다. 사회에 나와서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화려한 음식을 수없이 먹었다. 또한 먹는 일에 목숨거는 천성에 따라 먹는 데는 돈을 아낌없이 바쳤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일만큼 세상 사람 부럽지 않은 사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대학생이 되어 누리는 '익숙한 것들과의 만남'은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을 준다.
학생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학생식당 위의 커피코너였다. 나는 자판기 커피도 좋아했지만 제대로 된 도자기잔에 폼잡고 먹는 커피를 더 좋아했다. 점퍼와 청바지에 짧은 커트머리에 운동화만 신고 다녔던 나의 숨겨진 사치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유달리 그곳의 커피는 맛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맛에 집착했던 나는 그 맛의 비결이 내내 궁금했다. 그곳의 커피는 가장 싼 국산 가루커피였다. 프림도 설탕도 가장 싼 제품이었다. 비결은 내 장시간의 관찰결과 '물'이었다. 커다란 주전자에 하루종일 은근히 한약 다리듯 끓였던 그 물이 그처럼 끝내주는 커피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락국수도 좋아했다. 불어터진 국수발에 희한한 냄새와 더불어 단무지조차도 함께 푹 담가주었으나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우선 싸고 맛있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추웠던 20살의 내 가슴을 그 어떤 이성보다도 확실하게 덥혀 주었으므로-.
그 모든 것들은 맛보다는 세상살기에 대한 여전한 방법을 내게 일깨워준다. 이제는 학교안에 커피집에서는 그때는 없던 '리필'이 가능하다. 종이컵을 아침에 사서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들러 그 종이컵으로 내내 리필을 하는 학생들에게서 그 옛날의 내 모습을 본다. 대책이 없는 점잖고 양심적인 주인은 대학답게 지성(?)에 호소한다. '원래 리필이란 두 번째까지 커피를 다시 채우는 것입니다. 이곳의 운영을 위해 제발 협조를--'하는 식이다. 어쩌다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과 요즘 뜨는 커피집에 가면 한잔씩 사려는 나를 큰일이라도 난 듯 만류한다. 제일 큰 컵으로 셋이 나눠먹으면 절반값에 먹을 수 있다고 법을 '강추'한다.
다시 학교에 와서 그때와 여전한 '열혈교수'의 '열혈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시간은 넘치고 돈은 없는 그들과 함께 큰 샌드위치와 큰 컵의 커피를 사서 일인당 2000원의 총예산으로 셋이서 점심을 때운다. 이 모든 것은 내게 사회생활속에 잃어버렸던 아주 중요한 것을 깨우쳐 준다. 화려한 사람들과 비싼 음식과 질좋은 와인 속에서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이다. 자판기 커피와 소박한 음식을 들며 그와 반비례해 더 없이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찬란했던 나의 미래의 청사진을 본다. 대학에 와서 나는 다시 소박함속에 또하나의 새로운, 그러나 강력한 도전을 준비한다. < 방송인ㆍsatuki@chollian.net>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찐한 맛이나 1200원짜리 구내 식당 스파게티를 먹을때의 그 소박한 기쁨은 여전하다. 사회에 나와서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화려한 음식을 수없이 먹었다. 또한 먹는 일에 목숨거는 천성에 따라 먹는 데는 돈을 아낌없이 바쳤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일만큼 세상 사람 부럽지 않은 사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대학생이 되어 누리는 '익숙한 것들과의 만남'은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을 준다.
학생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학생식당 위의 커피코너였다. 나는 자판기 커피도 좋아했지만 제대로 된 도자기잔에 폼잡고 먹는 커피를 더 좋아했다. 점퍼와 청바지에 짧은 커트머리에 운동화만 신고 다녔던 나의 숨겨진 사치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유달리 그곳의 커피는 맛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맛에 집착했던 나는 그 맛의 비결이 내내 궁금했다. 그곳의 커피는 가장 싼 국산 가루커피였다. 프림도 설탕도 가장 싼 제품이었다. 비결은 내 장시간의 관찰결과 '물'이었다. 커다란 주전자에 하루종일 은근히 한약 다리듯 끓였던 그 물이 그처럼 끝내주는 커피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락국수도 좋아했다. 불어터진 국수발에 희한한 냄새와 더불어 단무지조차도 함께 푹 담가주었으나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우선 싸고 맛있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추웠던 20살의 내 가슴을 그 어떤 이성보다도 확실하게 덥혀 주었으므로-.
그 모든 것들은 맛보다는 세상살기에 대한 여전한 방법을 내게 일깨워준다. 이제는 학교안에 커피집에서는 그때는 없던 '리필'이 가능하다. 종이컵을 아침에 사서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들러 그 종이컵으로 내내 리필을 하는 학생들에게서 그 옛날의 내 모습을 본다. 대책이 없는 점잖고 양심적인 주인은 대학답게 지성(?)에 호소한다. '원래 리필이란 두 번째까지 커피를 다시 채우는 것입니다. 이곳의 운영을 위해 제발 협조를--'하는 식이다. 어쩌다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과 요즘 뜨는 커피집에 가면 한잔씩 사려는 나를 큰일이라도 난 듯 만류한다. 제일 큰 컵으로 셋이 나눠먹으면 절반값에 먹을 수 있다고 법을 '강추'한다.
다시 학교에 와서 그때와 여전한 '열혈교수'의 '열혈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시간은 넘치고 돈은 없는 그들과 함께 큰 샌드위치와 큰 컵의 커피를 사서 일인당 2000원의 총예산으로 셋이서 점심을 때운다. 이 모든 것은 내게 사회생활속에 잃어버렸던 아주 중요한 것을 깨우쳐 준다. 화려한 사람들과 비싼 음식과 질좋은 와인 속에서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이다. 자판기 커피와 소박한 음식을 들며 그와 반비례해 더 없이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찬란했던 나의 미래의 청사진을 본다. 대학에 와서 나는 다시 소박함속에 또하나의 새로운, 그러나 강력한 도전을 준비한다. < 방송인ㆍsatuki@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