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과음하며 지내셨는가. 새해는 차 한잔으로 시작하심이 어떠실지.
경기도 남양주 운길산의 수종사로 향했다. 다성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이 차를 마시러 자주 찾았다는 곳이다.
지난해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산길. 엉금엉금 조심조심 땅을 밟는다. 승용차는 길가 주차장에 세워뒀다. '발품을 팔아야 차도 제 맛이 나겠지.' 또 도로에 붙은 팻말에 '수종사까지 3km'라고 써있어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길래.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모락모락 머리위로 김이 오른다. '이게 정말 3km일까.' 지나는 차편에 얻어탈까 말까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산사 주차장에 이른다.
산등성에 붙은 산사(山寺)라. 한강을 내다보는 망루같다. 돌계단을 돌아오르니 산아래 한강이 한눈에 내려뵌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조선시대의 명문장가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 감탄했던 그 풍광이다.
산사를 한바퀴 둘러볼까. 창건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수종사는 조선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옛 손길이 남아있는 것은 16나한과 팔각오층석탑, 석조부조 그리고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뿐. 나머지는 6ㆍ25 이후 모두 전소되고 최근에 중창됐다. 현재도 중창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모습.
수종사에는 또 전해오는 내력이 있다. 하루는 조선의 세조가 금강산 유람길에 양수리 근방에서 여장을 풀었다고 한다. 한밤중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이를 따라가보니 바위굴 속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다. 그리고 그 바위굴 안에 16나한이 앉아있어, 세조는 절을 크게 짓고 이름을 수종사(水鍾寺)라 칭했다 한다. 현재 굴은 사라졌지만 수종을 치던 샘은 남아 한국 차의 맥을 잇고 있다.
자 이제는 차 한잔하실 차례. 다실 삼정헌(三鼎軒)에 들어서니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넓직하게 펼쳐져있다. 몇몇이 앉아 차를 마신다. 보살의 도움으로 차를 우리는 법을 간략히 배우고, 정좌를 하고 앉아 찻잔을 품는다. 한잔. 다시 우려내어 두잔, 석잔째를 마시며 향과 맛을 음미한다. 아늑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느낌 아시는가.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옛 도인들은 차 한잔을 마시고도 취한 듯 즐거워했다던데, 구전되는 허풍만은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가는길
서울서 춘천방면 6번국도를 따라 팔당대교를 지나 진중삼거리에서 청평쪽으로 좌회전 45번 도로를 탄다. 4km 지점에 수종사 팻말이 나온다. 청량리 경동시장에서 166-2번이나 8번 버스를 타면 진중삼거리나 양수리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글ㆍ사진=차병선 기자 acha@〉
경기도 남양주 운길산의 수종사로 향했다. 다성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이 차를 마시러 자주 찾았다는 곳이다.
지난해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산길. 엉금엉금 조심조심 땅을 밟는다. 승용차는 길가 주차장에 세워뒀다. '발품을 팔아야 차도 제 맛이 나겠지.' 또 도로에 붙은 팻말에 '수종사까지 3km'라고 써있어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길래.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모락모락 머리위로 김이 오른다. '이게 정말 3km일까.' 지나는 차편에 얻어탈까 말까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산사 주차장에 이른다.
산등성에 붙은 산사(山寺)라. 한강을 내다보는 망루같다. 돌계단을 돌아오르니 산아래 한강이 한눈에 내려뵌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조선시대의 명문장가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 감탄했던 그 풍광이다.
산사를 한바퀴 둘러볼까. 창건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수종사는 조선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옛 손길이 남아있는 것은 16나한과 팔각오층석탑, 석조부조 그리고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뿐. 나머지는 6ㆍ25 이후 모두 전소되고 최근에 중창됐다. 현재도 중창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모습.
수종사에는 또 전해오는 내력이 있다. 하루는 조선의 세조가 금강산 유람길에 양수리 근방에서 여장을 풀었다고 한다. 한밤중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이를 따라가보니 바위굴 속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다. 그리고 그 바위굴 안에 16나한이 앉아있어, 세조는 절을 크게 짓고 이름을 수종사(水鍾寺)라 칭했다 한다. 현재 굴은 사라졌지만 수종을 치던 샘은 남아 한국 차의 맥을 잇고 있다.
자 이제는 차 한잔하실 차례. 다실 삼정헌(三鼎軒)에 들어서니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넓직하게 펼쳐져있다. 몇몇이 앉아 차를 마신다. 보살의 도움으로 차를 우리는 법을 간략히 배우고, 정좌를 하고 앉아 찻잔을 품는다. 한잔. 다시 우려내어 두잔, 석잔째를 마시며 향과 맛을 음미한다. 아늑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느낌 아시는가.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옛 도인들은 차 한잔을 마시고도 취한 듯 즐거워했다던데, 구전되는 허풍만은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가는길
서울서 춘천방면 6번국도를 따라 팔당대교를 지나 진중삼거리에서 청평쪽으로 좌회전 45번 도로를 탄다. 4km 지점에 수종사 팻말이 나온다. 청량리 경동시장에서 166-2번이나 8번 버스를 타면 진중삼거리나 양수리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글ㆍ사진=차병선 기자 a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