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요리 전문식당을 경영하는 다츠미야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날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 전화였다. 그래서 내가 한국은 음력설을 쇠기 때문에 1월 1일은 새해를 맞는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더니 그가 정색을 하고 되물었다.
" 유상, 무슨 소리예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명절을 지내야지, 아니 유상 혼자 음력설을 쇨 거예요?"
그러면서 꼭 만나야 될 일이 있다면서 자기의 가게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 이거 우리나라 풍습이예요. 요즘은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경기가 하도 안 좋다보니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네요. 유상에게도 이것을 꼭 주고 싶었어요. 복 많이 받으라고. 그리고 가능하면 1월 1일날 우리집에 와서 같이 진자(신사)에 갔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어떻게 될지…"
그가 내민 것은 성냥갑 크기의 꽃무늬 봉투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넣어 줄 때 사용하는 돈봉투였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그 돈봉투를 내밀며 오해하지 말라면서 한사코 그 봉투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유상에게는 결코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라면서. 자기 앞에서 직접 그 봉투를 열어 보라는 말도 했다. 그렇게 한 30여분간 실랑이를 하다가 할 수 없이 그 봉투를 받아 그 앞에서 열어 보았다.
"…"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너무도 기가 막혔다. 겨우 그 돈(?) 때문에 30분씩이나 안 받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니 정말이지 나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단돈 5엔! 5엔 짜리 동전이 그 봉투안에 든 돈의 전부였다. 결국 이 5엔을 주려고 나를 자신의 가게까지 부르다니, 좀전까지만 해도 돈이라면 1엔도 받지 않겠다는 마음과는 달리 순간적으로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꽃봉투를 들고 멍청히 앉아 있는 내게 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거봐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유상은 그 결벽증 때문에 탈이야.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는 것도 하나의 예절이예요. 정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받은 것만큼 선물을 다시 해 주면 되고. 아무튼 일본의 풍습은 그래요. 물론 공적인 선물은 안 되지만 사적인 선물은 우선 기분좋게 받는 것이 일본의 예의예요."
이 말에 순간 짓궂은 생각이 들어 '그럼 나도 똑같이 이 5엔 선물을 해 볼까요?' 라며 농담을 던졌더니 그건 안된단다. 이유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행해지지 않는 풍습이란다. 즉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상점이나 식당, 호텔 등에서 손님들에게 복을 받으라는 의미에서 5엔짜리 동전을 꽃봉투에 넣어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왜 하필이면 5엔짜리 동전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5엔짜리 동전에는 가운데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그 구멍으로 복을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5엔짜리 돈구멍으로 복을 불러 들인다는 의미였다. 다츠미야씨는 말했다.
"올해에는 5엔짜리 동전을 구하는데 애먹었어요. 은행에 가보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상점에서 5엔짜리 동전을 바꿔 갔대요. 그래서 몇 번에 걸쳐서 겨우 500개를 바꾸어 봉투에 넣었어요. 우리 부부가 꼬박 이틀저녁에 걸쳐서 돈을 넣었는데 인기가 대단해요. 작년에도 했는데 올해에는 특히 더 손님들이 반기는 것 같애요."
이쯤되면 아무리 냉정한 인간이라도 마음이 따스해지기 마련. 결국 다츠미야씨는 내게도 복을 나누어 주고 싶어 그 행위가 미신이건 비과학적이든간에 일부러 나를 부른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잠시나마 마음 속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거야. 내가 5엔짜리 밖에 안된다는 거야 뭐야' 하면서 다츠미야씨를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었다.
이 이야기를 우리 옆집 아줌마에게 말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 어머, 그러면 나도 그 식당에 한 번 가봐야겠다. 올해는 어쩐 일인지 5엔짜리 동전을 하나도 받질 못했어요. "
역시 전통적인 풍습은 일반 가정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모양이었다. 옆집 아줌마는 단번에 5엔짜리 동전의 의미를 알고 일부러'복돈'을 받으러 그 식당으로 외식을 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옆집 아줌마의 말인즉은 식당마다 다 그러는 것이 아니고 일본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특히 그런 풍습을 지킨다고 했다. 손님들도 이 5엔 선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 실제로 내 주위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복돈' 받은 얘기를 했더니 모두들 부러워했다. 어떤 한 사람은 새해 첫 날에 온천에 가서 여관측으로부터 '복돈'을 선물 받은 적이 있지만, 올해 받은 '복돈'은 그 기분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비록 5엔짜리 동전이지만 내년 1년 내내 복을 불러들인다는 심리적 기대감은, 요즘처럼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어떤 부가가치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국 나는 올해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
설날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 전화였다. 그래서 내가 한국은 음력설을 쇠기 때문에 1월 1일은 새해를 맞는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더니 그가 정색을 하고 되물었다.
" 유상, 무슨 소리예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명절을 지내야지, 아니 유상 혼자 음력설을 쇨 거예요?"
그러면서 꼭 만나야 될 일이 있다면서 자기의 가게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 이거 우리나라 풍습이예요. 요즘은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경기가 하도 안 좋다보니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네요. 유상에게도 이것을 꼭 주고 싶었어요. 복 많이 받으라고. 그리고 가능하면 1월 1일날 우리집에 와서 같이 진자(신사)에 갔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어떻게 될지…"
그가 내민 것은 성냥갑 크기의 꽃무늬 봉투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넣어 줄 때 사용하는 돈봉투였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그 돈봉투를 내밀며 오해하지 말라면서 한사코 그 봉투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유상에게는 결코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라면서. 자기 앞에서 직접 그 봉투를 열어 보라는 말도 했다. 그렇게 한 30여분간 실랑이를 하다가 할 수 없이 그 봉투를 받아 그 앞에서 열어 보았다.
"…"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너무도 기가 막혔다. 겨우 그 돈(?) 때문에 30분씩이나 안 받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니 정말이지 나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단돈 5엔! 5엔 짜리 동전이 그 봉투안에 든 돈의 전부였다. 결국 이 5엔을 주려고 나를 자신의 가게까지 부르다니, 좀전까지만 해도 돈이라면 1엔도 받지 않겠다는 마음과는 달리 순간적으로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꽃봉투를 들고 멍청히 앉아 있는 내게 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거봐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유상은 그 결벽증 때문에 탈이야.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는 것도 하나의 예절이예요. 정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받은 것만큼 선물을 다시 해 주면 되고. 아무튼 일본의 풍습은 그래요. 물론 공적인 선물은 안 되지만 사적인 선물은 우선 기분좋게 받는 것이 일본의 예의예요."
이 말에 순간 짓궂은 생각이 들어 '그럼 나도 똑같이 이 5엔 선물을 해 볼까요?' 라며 농담을 던졌더니 그건 안된단다. 이유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행해지지 않는 풍습이란다. 즉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상점이나 식당, 호텔 등에서 손님들에게 복을 받으라는 의미에서 5엔짜리 동전을 꽃봉투에 넣어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왜 하필이면 5엔짜리 동전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5엔짜리 동전에는 가운데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그 구멍으로 복을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5엔짜리 돈구멍으로 복을 불러 들인다는 의미였다. 다츠미야씨는 말했다.
"올해에는 5엔짜리 동전을 구하는데 애먹었어요. 은행에 가보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상점에서 5엔짜리 동전을 바꿔 갔대요. 그래서 몇 번에 걸쳐서 겨우 500개를 바꾸어 봉투에 넣었어요. 우리 부부가 꼬박 이틀저녁에 걸쳐서 돈을 넣었는데 인기가 대단해요. 작년에도 했는데 올해에는 특히 더 손님들이 반기는 것 같애요."
이쯤되면 아무리 냉정한 인간이라도 마음이 따스해지기 마련. 결국 다츠미야씨는 내게도 복을 나누어 주고 싶어 그 행위가 미신이건 비과학적이든간에 일부러 나를 부른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잠시나마 마음 속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거야. 내가 5엔짜리 밖에 안된다는 거야 뭐야' 하면서 다츠미야씨를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었다.
이 이야기를 우리 옆집 아줌마에게 말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 어머, 그러면 나도 그 식당에 한 번 가봐야겠다. 올해는 어쩐 일인지 5엔짜리 동전을 하나도 받질 못했어요. "
역시 전통적인 풍습은 일반 가정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모양이었다. 옆집 아줌마는 단번에 5엔짜리 동전의 의미를 알고 일부러'복돈'을 받으러 그 식당으로 외식을 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옆집 아줌마의 말인즉은 식당마다 다 그러는 것이 아니고 일본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특히 그런 풍습을 지킨다고 했다. 손님들도 이 5엔 선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 실제로 내 주위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복돈' 받은 얘기를 했더니 모두들 부러워했다. 어떤 한 사람은 새해 첫 날에 온천에 가서 여관측으로부터 '복돈'을 선물 받은 적이 있지만, 올해 받은 '복돈'은 그 기분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비록 5엔짜리 동전이지만 내년 1년 내내 복을 불러들인다는 심리적 기대감은, 요즘처럼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어떤 부가가치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국 나는 올해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