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패션을 만든다?
패션이론 중 하나는 '중세 십자군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신분상승을 꾀하는 하류층이 상류층을 모방하면서 서구에서 패션이라는 사회현상이 생겨났다'고 주장할 만큼 전쟁과 패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 겨울을 대표하는 유행 아이템 역시 '전쟁의 산물'. 더플코트, 트렌치코트, 체스터필드코트 등이 그것이다. 더플코트는 원래 거친 바다와 싸우던 북유럽 어부들의 방한복에서 유래했는데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해군이 착용하게 되면서 전후 대중적인 의상으로 정착됐다. 두툼하고 잘 짜여진 이중 소재로 돼있어 방한에 뛰어나고, 모자가 달려 있다. 특히 여밈 끝에 끈과 함께 달려 있는 '토글'이라는 잠금장식이 다른 의상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것으로 원래는 물소의 뿔을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을 때 여미기 쉽도록 고안한 아이템이다. 지금도 2차대전을 다룬 영화를 보면 군복형태의 더플코트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으며 올 겨울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과 포근한 겨울날에 많이 입는 트렌치코트도 역시 영국군의 창작품으로 그 이름에까지 전쟁의 흔적을 깊이 가지고 있다. '트렌치'는 '참호'라는 뜻으로, 1차대전에서 쏟아지는 비와 적군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영국군 장교가 입었던 레인코트에서 유래했다. 레글린 소매(몸통부분과 구분된 소매), 수류탄과 수통을 걸기 위해 벨트에 매단 D자형 고리, 장통의 개머리판과 부딪치며 생기는 마모를 줄이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덧입힌 덮개 등 '생존조건'들이 지금도 변형된 형태로 내려오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혁명과 내전 과정에서 처형된 부르주아지들을 애도하기 위해 이웃나라의 신사들이 검은 벨벳 컬러를 덧대 착용했던 체스터필드 코트, 역시 영국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처음 입어 민간인에게까지 유행시킨 전원용 코트 브리티시 웜 등도 생존조차 어려웠던 사회적 격변기에 태어난 옷들이다.
〈 이형석 기자 evol9099@〉
패션이론 중 하나는 '중세 십자군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신분상승을 꾀하는 하류층이 상류층을 모방하면서 서구에서 패션이라는 사회현상이 생겨났다'고 주장할 만큼 전쟁과 패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 겨울을 대표하는 유행 아이템 역시 '전쟁의 산물'. 더플코트, 트렌치코트, 체스터필드코트 등이 그것이다. 더플코트는 원래 거친 바다와 싸우던 북유럽 어부들의 방한복에서 유래했는데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해군이 착용하게 되면서 전후 대중적인 의상으로 정착됐다. 두툼하고 잘 짜여진 이중 소재로 돼있어 방한에 뛰어나고, 모자가 달려 있다. 특히 여밈 끝에 끈과 함께 달려 있는 '토글'이라는 잠금장식이 다른 의상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것으로 원래는 물소의 뿔을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을 때 여미기 쉽도록 고안한 아이템이다. 지금도 2차대전을 다룬 영화를 보면 군복형태의 더플코트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으며 올 겨울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과 포근한 겨울날에 많이 입는 트렌치코트도 역시 영국군의 창작품으로 그 이름에까지 전쟁의 흔적을 깊이 가지고 있다. '트렌치'는 '참호'라는 뜻으로, 1차대전에서 쏟아지는 비와 적군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영국군 장교가 입었던 레인코트에서 유래했다. 레글린 소매(몸통부분과 구분된 소매), 수류탄과 수통을 걸기 위해 벨트에 매단 D자형 고리, 장통의 개머리판과 부딪치며 생기는 마모를 줄이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덧입힌 덮개 등 '생존조건'들이 지금도 변형된 형태로 내려오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혁명과 내전 과정에서 처형된 부르주아지들을 애도하기 위해 이웃나라의 신사들이 검은 벨벳 컬러를 덧대 착용했던 체스터필드 코트, 역시 영국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처음 입어 민간인에게까지 유행시킨 전원용 코트 브리티시 웜 등도 생존조차 어려웠던 사회적 격변기에 태어난 옷들이다.
〈 이형석 기자 evol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