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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뭍으로 나온 소년, 마침내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김성원 기자

입력 2021-12-07 17:06

수정 2021-12-0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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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뭍으로 나온 소년, 마침내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이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MVP에 선정된 전북 홍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홍은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2.07/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제주 소년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현 울산 현대)은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중앙수비수로 일찌감치 그를 낙점했다.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은 도약의 무대였다. 세계 대회에서 8강 진출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이듬해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하며 성인 무대에서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행복은 얼마 가지 못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후방십자인대가 80% 이상 파열돼 올림픽이 아닌 수술대에 올랐다. 동료들은 '동메달 신화'로 환희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혹독한 재활로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2013년 반전을 꿈꾸며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둥지를 틀었지만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2016년 7월 최용수 감독(현 강원)이 지휘봉을 잡았던 장쑤 쑤닝으로 다시 이적했지만 한 시즌 반 만에 다시 짐을 쌌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그때 전북 현대가 손을 내밀었고, 4년이 흘렀다. 눈물과 아픔은 어느새 환희가 됐다.

홍정호(32·전북)가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그는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 에서 MVP(최우수선수상) 영예를 안았다. MVP는 그동안 주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트라이커들에게 돌아갔다. 홍정호는 1997년 김주성(부산)에 이어 24년 만에 수비수로 MVP를 수상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중앙 수비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박성화(1983년) 한문배(1985년), 정용환(1991년), 홍명보(1992년), 김주성에 이어 6번째다.

각 팀 감독(30%)과 선수(30%), 미디어(40%) 투표 수를 환산한 점수에서 홍정호는 48.98점을 얻어 '득점왕' 주민규(제주·39.45점), 세징야(대구·6.36점), 이동준(울산·5.21점)에 앞섰다. 홍정호는 감독(6표), 선수(6표)와 미디어 투표(56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주장 완장을 찬 홍정호는 전북 '끝판 대장'이었다. 36경기 출전해 매 경기 결정적인 수비로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전북의 리그 최소 실점(37실점), K리그 사상 첫 5연패, 통산 최다인 9회 우승은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주장으로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며 '원팀'의 가교역할을 했다. 홍정호는 MVP와 함께 만장일치(감독, 선수·이상 12표 중 10표, 미디어 118표 중 109표)에 가까운 지지로 베스트11 수비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0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 베스트11을 수상했다.

홍정호는 "정말 떨린다. 사실 수비수라 받을 수 있을지 고민도 했는데 뽑아주셔서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 4년 전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왔을 때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라 받아준 팀이 많지 않았다. 믿어준 팀이 전북이었다. 보답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며 감격해 했다. 또 "감독님(김상식)은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나는 오늘 와이프 생일이다. 큰 선물 줄 수 있어 기쁘다. 예민한 신랑 잘 받아 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두 딸에게도 많이 놀아주는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앞으로도 전북의 '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미소지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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