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1대0 승리를 거둔 지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5차전에서 골만 빼고 다 보여줬다. 토트넘에서 보여준 다이나믹한 플레이, 그대로였다. 한국 축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최고의 무기'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토트넘에서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졌다. 득점보다 팀플레이에 주력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있었지만, 전술적인 아쉬움도 컸다. 특유의 빠르고, 역동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UAE전은 달랐다. 트레이드마크인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뒷공간 침투로 결정적인 기회를 연신 만들어냈다. '조규성-황인범 효과'였다. 황의조(보르도) 대신 최전방에 포진한 조규성(김천상무)이 힘 있는 포스트플레이와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공간을 만들어주자, 손흥민이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황태자'를 넘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황인범(루빈카잔)은 과거 토트넘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이 달리면 그 공간을 향해 어김없이 좋은 패스를 찔러 넣어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은 손흥민의 날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날 무려 7개의 슈팅을 날렸다. 두번이나 골대를 맞은 것을 비롯해, 때리는 족족 상대 골키퍼에 막히거나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손흥민 본인도 경기 후 "이렇게 많은 찬스를 잡은 적도 처음이고, 이렇게 잡은 찬스를 모두 놓친 것도 처음"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잡은 찬스 중 한두개만 골로 연결됐더라도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경기였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