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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졌네' 부산 드로젝 배번 7번으로 바꾼 비하인드스토리

최만식 기자

입력 2021-08-18 16:54

수정 2021-08-19 06:04

'달라졌네' 부산 드로젝 배번 7번으로 바꾼 비하인드스토리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7번 달고 달라졌네.'



부산 아이파크에는 최근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올 시즌 새로 입단한 크로아티아 외국인 공격수 도마고이 드로젝이 배번을 27번에서 7번으로 바꿨다.

지난 7일 안양FC와의 K리그2 24라운드부터 7번을 달았다. 페레즈 부산 감독은 드로젝의 7번에 대해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포르투갈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해 골키퍼 코치로 일했을 때다. 당시 포르투갈대표팀 소속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7번을 달았고, 현재까지 세계적인 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 배번 '7'은 한국의 자존심 손흥민(토트넘)을 상징하는 번호이기도 하다.

그런 중요 번호 '7번'을 드로젝이 바꿔달게 된 데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7번은 원래 주인이던 김병오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빈자리'가 됐다. 물밑에서 선수들간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가장 유력하게 노린 이는 70번을 달고 있는 헤나토. 하지만 용기있는 자가 쟁취한다고, 헤나토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드로젝이 한 발 앞서 페레즈 감독에게 요청했다.

사실 드로젝은 7번과 각별한 인연은 없었다. 2017∼2018시즌 원 소속팀 바라주딘에서 크로아티아 2부리그 득점왕을 할 때 9번을 달았고, 로코모티바 자그레브에서는 11번이었다. 현재 부산에는 양대 토종 공격수 안병준(9번)과 박정인(11번)이 그 번호를 달고 있다.

때마침 간판 공격수를 상징하는 또다른 번호 7번이 비게 되니 스스로 쇄신할 겸 달고 싶었던 게다. 드로젝은 올 시즌 21경기 동안 2도움을 했지만 골은 1개도 기록하지 못해 답답하던 차였다. 2골을 넣기는 했으나 모두 VAR(비디오판독) 이후 취소되는 바람에 스스로 '독'이 올라 있는 상태였다. 무게감이 남다른 7번을 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골을 터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페레즈 감독의 허락이 떨어진 뒤 구단이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유니폼 조달 때문이다. 드로젝의 사이즈에 맞는 7번 유니폼을 새로 맞춰야 했다. 한데 부산 아이파크용 디자인은 시즌 단위로 납품 완료되면서 단종된 뒤였다. 게다가 아디다스 브랜드 특성상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다. 결국 새 유니폼을 제작할 수는 없었고, 남는 물량 중 큰 사이즈의 것을 줄여서 수선하는 방법을 택했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하필 우리 디자인이 단종된 바람에 백방으로 찾느라 애를 먹었다. 경기 날짜에 맞춰 급하게 공수하느라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며 웃었다.

유니폼 공급하느라 고생했지만 효과는 보이는 것 같아 희망이 보인다. 드로젝은 7번을 처음 달고 뛴 안양전(1대1 무)에서 추가시간에 골망을 흔들었지만 또 VAR 결과 안병준의 선 파울이 발견돼 골 취소 3개째를 기록했다.

이후 16일 경남FC전(0대1 패)서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3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7번을 달기 전 경기당 평균 0.5개의 슈팅(19경기 41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도 크게 향상된 모습이다.

구단은 "드로젝이 그 '한방'을 향해 바짝 다가서고 있다. 7번의 기운을 받아 마음고생을 날려버릴 날을 곧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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