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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챔피언십]피부색은 다르지만, K리거를 꿈꾸는 '어린 감귤' 이민준-비또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8-08 15:16

수정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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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은 다르지만, K리거를 꿈꾸는 '어린 감귤' 이민준-비또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포항에서 진행된 2021 K리그 U-15 & U-14 챔피언십. K리그 산하 1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유망주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K리거를 꿈꾸는 어린 '감귤 듀오'가 눈에 띄었다. 이민준(15)과 비또(14·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U-15 팀)가 주인공이다.

이민준은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주 바다를 사랑해 해녀가 된 어머니의 영향으로 제주도로 왔다. 이 사연은 KBS 인간극장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육지가 그리웠던 그에게 축구는 새로운 즐거움이 됐다. 비또는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4세때 한국에 들어온 비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축구경기를 보다 운명처럼 축구에 빠져들었다.

둘은 실력은 물론, 심성도 좋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이민준의 별명은 러시아에서 비롯된 '시아', 비또의 별명은 네덜란드에서 딴 '란드'다. 과거에 있었던 다문화 출신에 대한 편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비또는 "가끔 연습경기 할 때 말을 함부로 하는 친구들도 있기는 한데, 차별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특히 이런 대회에 오면 더 그렇다"고 했다. 이민준과 비또는 포지션도, 스타일도, 성격도 다르다. 이민준의 포지션은 왼쪽 날개, 비또는 센터백이다. 리오넬 메시를 롤모델로 하는 이민준이 섬세한 반면, 버질 판 다이크를 동경하는 비또는 터프하다.

유스 챔피언십은 그들에게 특별한 무대였다. 이민준은 "경기 분위기부터 다르다.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른 대회는 더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이 대회에서는 스카우트나 감독님한테 잘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비또는 "프로 산하의 센팀과 붙게 되니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대회들이 취소가 된 만큼, 이번 대회는 더욱 소중하다. 유스챔피언십은 보다 많은 경기 소화를 위해, 토너먼트 대신 풀리그로 진행된다. 이민준은 "확실히 많이 뛰니까 좋다"고 웃었다. 야간에 경기를 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이민준은 "낮에 하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밤에 하면 더 뛰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비또도 "텐션이 더 올라가는 기분"이라고 거들었다.

그들의 꿈은 프로 선수다. 이민준은 "K리그에서 골을 넣는 게 꿈"이라고 했다. 비또는 "제주 클럽하우스를 갈 때마다 여기 서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언젠가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민준은 일단 "좋은 고등학교에 가는 게 우선"이라며 "잘돼서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꼭 보답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또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내 약점도, 강점도 명확해졌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아약스에 언젠가 갈 수 있게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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