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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전북이적의 미묘한 반대기류, 포항과 김기동 감독 사이에 무슨 일이?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7-18 16:39

수정 2021-07-19 06:58

송민규 전북이적의 미묘한 반대기류, 포항과 김기동 감독 사이에 무슨 일이…
포항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합의가 끝났다. 구체적 조건도 나왔다. 3년 6개월, 이적료 21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전북과 포항의 송민규 이적 최종 결정은 진통을 겪고 있다.



송민규는 포항의 에이스. 2018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 지난 시즌 영 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16경기에서 7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승부처에서 후반 막판 헤더 결승골로 해결사 면모를 발휘했다. 중원에서 플레이도 돋보였다. 상대 수비 움직임을 역이용하는 전진 드리블, 팀동료를 살려주는 절묘한 패싱으로 올 시즌 포항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에 발탁됐다. 포항 입단 전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그였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핵심 선수 중 하나다.

전북은 송민규 이적을 여러 차례 타진했다. 2차례 정도 포항에 문의했고, 그때마다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포항은 강력한 조직력과 공격력으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객관적 전력에 비해 100% 이상의 성적을 얻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 특유의 팀 플랜과 용병술이 돋보였다. 결국 김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항은 재정적으로 열악하다. 매년 적자에 시달리면서 선수단의 효율적 운영에 중점을 둔다.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뒤 선수단 대대적 개편이 있었다. 척추 라인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최영준 김광석 등이 모두 빠졌다.

송민규와 강상우의 이적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구단 측에 간곡하게 "송민규와 강상우는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두 선수의 이적은 없었다.

그러나 전북은 송민규에게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즉시 전력감일 뿐만 아니라 22세 카드로도 쓸 수 있었다.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송민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전북은 구체적 오퍼를 던졌다. 포항은 만족스러워했다. 송민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큰 틀에서 이적이 동의됐다. 전북 측도 "이번 주말 쯤 최종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포항 김기동 감독은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다. 김 감독은 "(언론보도 이전까지) 나는 정말 몰랐다. 구단 측에 '결정이 난 사항이냐'고 물어봤고, 구단 측은 '아직 아니다. 감독님의 재가가 없는데 어떻게 이적이 합의될 수 있느냐'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구단 측에게 '송민규 올 시즌 이적은 동의할 수 없다.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없던 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마감(20일) 3일 전 이미 전북과 포항은 구체적 조건까지 주고 받았다. 이 상황에서 김 감독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선수 이적은 양 구단측의 합의 뿐만 아니라 해당 감독과 선수의 동의가 필요한 게 '불문율'이기 ??문이다.

김 감독은 '구단과 각을 세우거나 대립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알지 못했다. 그냥 (언론에) 있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고, 송민규가 올 시즌까지는 포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적 요청이 왔다면 미리 나와 상의하는 게 맞는 거라는 판단에 구단에게 내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포항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원론적 얘기를 하고 있다. "최종보고서를 만든 뒤 김 감독님과 미팅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적 보도가 나오면서 미팅이 미뤄진 상황"이라고 했다. 단, 세부적 조건과 함께 양 구단의 합의, 그리고 선수측의 동의까지 얻은 상황에서 김 감독에게 여름 이적 마감 3일 전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연히, 포항이 김 감독의 반발을 의식, 전북 측과 합의한 뒤 이후 김 감독 설득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는 '합의적 의심'이 제기된다.

시즌 전 포항은 수많은 핵심 선수들을 이적시켰다. 포항의 재정 정책 때문이다. 당시 김 감독은 "구단도 살아야 한다. 전력이 약화되는 것은 맞지만,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전력이 약화됐는데) 우승하라고 구단이나 포항 팬들이 요구할 것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감독의 할 일"이라고 했다.

포항 입장에서 '송민규 이적'은 달콤한 제안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양보'도 마지노선은 있다. 최종 발표를 남긴 채 과연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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